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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01. 2021

그래도 글을 쓴다

글쓰기가 힘들때, 하지만써야 할 때

책은 언제 나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쓰고 있어요. 나의 답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쓰고 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 문장을 만든다. 실은 이미 주제는 다 정해져 있다. 출판사에 24개의 주제 꼭지를 주었다. 여기에 맞춰 글을 쓰고 있다. 일단, 주제문을 써 놓는다. 나의 글은 시종일관 이 주제문이 관통해야 한다.


일단 쓰기 시작한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한다. 영감과 감성이 풍부해지는 날이 가끔 있다. 그럴 때는 생각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글이 된다. 그런데, 이런 날이 매우 드물다는 게 문제다. 영감이 풍부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글을 쓰면, 일 년에 며칠이나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대작가도 영감이 떠오르건 안 떠오르건 매일 일정 양의 글을 썼다. 글쓰기의 규칙성은 중요하다고 했다. 잘 써지건 안 써지건 매일 일정한 양을 써야 한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 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 122쪽)


대문호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규칙적인 글쓰기를 강조한다. 


"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은 작가들만큼이나 여러 종류가 있죠. 중요한 건 우물에 깨끗한 물이 있는 거고, 그러자면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77쪽)


대문호들도 이럴 진데, 하물며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인 나는 철칙으로 지켜야 할 점이다. 그래서, 꾸준히 쓰려고 노력한다. 쓸거리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건 단 한조각도 없든 간에 일단 쓰기 시작한다. 적절한 단어를 고른다. 단어를 머릿속에서 꺼내와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여러 개 조합해 문단을 만든다. 이런 문단이 25개에서 30개가 되어 한 편의 글이 탄생한다. 보통 한 편의 글이 1000 단어 내외인데, 내 글은 2000 단어가 넘는 것이 많다. 글이 길어진다.


이런 식으로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글이 술술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 글이 하나의 주제를 꿰뚫으며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완성되는 과정은 결코 녹녹지 않다. 


나의 서사, 관찰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를 쥐어 짜내는 느낌으로 컴퓨터에 글자 하나하나를 입력한다. 머리에 생각은 많은데, 죄다 엉커 있다. 이것을 하나하나 풀어 실타래를 만들고 그 실타래로 한코한코 뜨개질을 한다. 생각과 감정이 어느 정도 글로 모습을 갖추게 되면, 일은 본격적으로 더 힘들어진다. 


글의 초고가 완성되면 수십 번 고쳐쓰기를 반복한다. 이 역시 지루하고 힘겨운 과정이다. 초고는 미숙하고 엉성하다. 마치, 설익은 밥과도 같다. 비문도 많고 문장과 문단의 연결이 매끄럽지도 않다. 명료하게 의미가 드러나도록 문장과 문단을 손질한다. 사건과 사고의 흐름과 순서에 맞게 문장과 문단을 재구성한다. 기승전결 전체 글의 구조를 생각하며 문단을 이리저리 옮기기도 한다. 


글 전체에 구멍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글의 목적은 독자의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데 있다. "그래, 이거 말이 되네" 수긍을 하게 하려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나의 생각을 한켜 한켜 글로 그려내야 한다. 세밀하고 친절한 묘사와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이해를 더할 예시와 사례를 들기도 한다. 나의 과거의 경험을 불러와 상호 연관성을 따져가져 적절한 예와 비유를 머릿속에서 찾는다. 이 작업이 고되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통과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나의 뇌는 편안함을 따르려고 한다. 그래 쉽게 가자. 이렇게 타협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이런 타협을 거부하고 힘들지만 내 글에 생동감과 감동을 불어넣을 묘사와 예시를 창조한다. 이런 장치가 없는 글은 왠지 엉성하게 느껴진다. 재미도 없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나의 글에 수긍, 재미, 감동을 줄  요소들을 다 채워 넣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큰 인지적 노동을 요한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일하는 나의 특성상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엉덩이를 얼마나 의자에 붙이고 머리를 쥐어짜며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느냐의 문제다. 나는 재능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부지런함과 노력, 끈기만이 글쓰기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전부이다. 


오늘도 잘 안 써진다. 그래도 쓴다. 쓰다 보면 뭔가가 되겠지. 이런 바람을 붙잡고 쓴다. 그렇다. 고치고 또 고치면 조금은 나아진다. 오늘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그렇게 글을 쓴다.


어서 퇴고를 하고 싶다. 이 열망으로 부지런히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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