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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08. 2021

평양의 교실, 보스턴의 교실 (1)

평양의 방과후 특별활동 교실

평양의 교실을 보았다. 기예와 재능을 갈고 닦는 북녘 땅의 아이들. 그들의 눈이 빛났다. 교실은 학생들이 뿜어내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임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다. 미래세대 교육에 대한 열의와 지원은 평양에서도 뜨겁다. 평양의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란다.


보스턴의 교실에서 가르친다.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교실.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고유성을 드러내며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행복하다. 나의 속도와 나의 방식으로 배우고 익히며 생각과 마음이 자라는 교실. 보스턴의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란다.


지구의 반대쪽에 있는 두 도시. 현저히 다른 두 개의 체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각각의 서로 다른 원리가 작동하는 두 도시의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한다. 두 배움의 현장은 서로 다른 반짝이는 요소들이 있다.


평양의 교실과 보스턴의 교실. 두 도시 교실의 장점을 살린 교육을 다 구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해 본다.


각자의 개성을 뿜어내며 즐겁게 공부하는 보스턴의 교실. 재능과 기예를 닦으며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평양의 방과 후 교실. 서로의 나라의 다른 교실의 풍경이 서로 교차된다. 이 두 아름다운 장면이 머릿속에 머문다. 각각의 반짝이는 면모들이 어우러져 한 교실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새로운 교실의 풍경이 궁금하다.



평양의 교실


평양의 방과 후 특별활동 교육기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길거리 카페 ‘빙수’ 매대에서 더위를 식힌 우리는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국가가 운영하는 방과 후 특별활동 프로그램 교육 기관이다. 예체능과 과학 분야에서 소질이 뛰어난 1만 2천여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활동하며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갈고닦는 곳이다.


눈앞에 U자형의 건축물이 펼쳐진다. 외관으로 보기에 그 규모가 웅장하다. 지금까지 평양에서 본 건축물은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한 양식이었다. 우리나라 전통건축 양식의 특징을 살린 ‘인민대 학습당’을 비롯해 창전거리, 려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등에서 본 고층의 살림집(아파트)에서 북한 특유의 미적 감각과 미의식이 드러난다. 밝고 산뜻한 색감과 독창적인 디자인. 새롭다.


여러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과 서양인 관광객들이 보인다.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평양시민의 모습도 보인다. 안내원이 입장표를 구해 와 입장이 시작되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궁전과 같은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정서에 맞게 꾸며진 실내 디자인과 장식이다. 이름 그대로 마치 소년 궁전에 온 느낌이다.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초급중학교(중학교) 여학생이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자기 이름을 소개한다. 나를 안내할 학생이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학생이다. 과학 수재(영재)로 소년궁전 소조 활동에 참여한다고 한다. 영재답게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총기와 명민함이 눈빛과 말씨에서 느껴진다.


여학생의 안내를 받아 방과 후 소조 활동이 이루어지는 각 교실을 둘러보았다. 첫 번째 교실에서는 여학생들이 무용 연습에 한창이다. 학생들과 교사가 검은색 상의와 타이츠, 흰색 발레슈즈를 착용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현대무용 의상이다. 복장을 보고 현대무용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사가 우리의 전통 타악기인 장구를 치며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장구 장단과 교사의 구령에 맞춰 화려하고 노련한 춤 동작을 연출한다. 한 여학생이 마치 팽이가 돌아가듯 뱅글뱅글 연이어 돌며 빼어난 춤 동작을 표현한다. 기묘한 재주다.


현대무용과 우리의 춤사위를 조화롭게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무용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풀나풀 나비가 날 듯, 깡충깡충 노루가 뛰어놀 듯, 여학생들의 춤 동작은 생동감과 역동성이 넘친다. 과연 무용 영재답다. 흥겨운 음악과 절도 있는 춤은 나를 비롯한 다른 참관자들을 푹 빠져들게 했다. 참관자들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터져나온다. 저 정도의 기량을 연마하느라고 얼마나 공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였을지 상상이 간다. 예술의 길은 끊임없는 연습과 연마를 필요로 한다. 대견한 학생들이다.


다음 교실로 이동했다. 여학생들이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소년 단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열을 맞추어 앉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가야금을 뜯는 소리가 경쾌하다. 옥구슬 구르는 듯한 소리가 통통 튀어오른다. 춤을 추듯 학생들의 손가락이 가야금 현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인다. 그 옆 교실에서는 남녀 학생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흥에 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서예와 수예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도 참관했다. 모든 학생이 눈에 총기를 발하며 기예를 연마하고 있다. 남이나 북이나 교육에 대한 열의와 정성은 대단하다. 남과 북, 우리 미래세대는 자신의 소질을 살려 재능과 기예를 갈고 닦는다. 어린 학생들을 보며 남과 북, 하나가 될 우리의 장래는 진정 밝음을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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