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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16. 2021

평양의 교실, 보스턴의 교실 (2)

평양의 방과후 특별활동 교실

기예를 뽐내는 학생들의 아름다운 공연


방과 후 특별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각 교실을 둘러보았다. 중국인과 유럽인 관광객과 관람 온 평양시민들로 각 교실은 매우 붐볐다. 다른 여러 교실을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학생들의 공연 시간이 임박하여 우리는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공연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동안 뒷좌석에서 평양시민의 대회 소리가 들렸다. 40대 중반의 여성들이었다. 언뜻 들으니, 자신의 아이도 학생소년궁전에 넣고 싶었는데 선발되지 못해 아쉬웠다는 대화였다. 나중에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각 지역 단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도 하고 아주 재능이 뛰어나야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소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래와 무용, 악기 연주가 총망라된 총체극을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학교 학생들이 노래하고 그 뒤에서 초급중학교(중학교) 학생들이 가야금과 해금을 연주한다. 힘과 생동감이 넘치는 노래는 우리의 전통 현악기와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어 낸다. 무대 맨 뒤에는 수십 명의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이 합창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행하고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이런 공연은 처음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연양식. 흥미롭다.


어린이들의 발랄함과 꿈을 표현하는 율동과 노래가 이어진다. 소학교 여학생들이 절도 있고 살아 있는 무용 동작으로 약동감을 나타낸다.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얼굴 표정이 공연의 생동감을 더한다.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 그대로가 무용으로 표현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배경영상이 스크린에 나온다. 무대 위의 공연과 잘 어우러졌다. 무대조명, 무대 배경, 공연하는 학생들의 의상까지 모든 것이 잘 조화를 이루며 작품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보여준다. 전통무용, 현대무용, 아코디언 연주, 장구 연주, 바이올린 연주, 독창, 중창, 합창 등 우리 민족의 전통예술과 현대 예술을 골고루 선보였다. 공연하는 모든 학생의 기량이 진정 뛰어나다.


마지막 공연에서 모든 청중이 일어나 학생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아마추어 학생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수준의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자 무대에 선 학생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들 역시 그간 갈고닦은 기예를 무대에서 뽐내는 자신들이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는 미리 준비해 간 꽃다발을 가장 어려 보이는 소학교 학생에게 전했다. 청중과 공연자 모두의 얼굴에 기쁨의 웃음이 가득하다.


자존감과 자긍심 높은 우리 북녘 동포


공연이 다 끝나고 나를 안내해 준 여학생과도 작별을 고할 때다. 학생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연필, 볼펜, 색연필 등 학용품을 미리 준비해 왔다. 소년궁전을 친절하게 하나하나 안내해 준 여학생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전하고 싶었다. 여학생에게 잘 안내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며 기념품을 전하려고 했다. 여학생의 표정이 굳어진다.


“선생님, 우리는 손님들이 주시는 선물 안 받습니다.” 단호히 거절한다. 이걸 어쩌나! 내가 혹시 실수를 한 건 아닌가? 안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멀리 미국에서 온 동포 선생님이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니 받아주면 고맙겠다”는 내 뜻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 뜻을 오해 없이 받아주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학생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 아, 리 선생님은 다른 외국인 관광객 하고는 같지 않다. 우리 동포 선생님이라 말이다.” 안내원이 멀리서 오신 동포 선생님의 정성을 생각해서 받아달라고 당부한다. 그러자, 여학생은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선물을 받는다. “그럼, 우리 동포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니 특별히 받겠습니다.” 다시, 여학생의 표정이 밝아진다. 덩달아 나도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오해 없이 어여쁜 **이가 내 선물을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혹시, 어린 학생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기분 좋게 작별 인사를 하고 소년궁전을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북에서의 둘째 날, 오늘도 북녘 동포에 대해 배운다. 70년의 오랜 시간 서로를 모른 채 살아왔다. 나의 배움은 이제 시작이다. 그 긴 시간을 조금씩 메꾸어 우리의 반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자나 학용품 등을 선물로 주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자존심이 상해 외국인이 주는 선물 안 받습니다.” 여학생은 아주 또렷이 말했다. 자긍심 강하고 자존감 높은 우리 북녘 동포 여학생이다. 안내원에게서도, 운전기사에게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방북 기간 내내 식당이나 상점에서 계산할 때마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긍심 강하고 자존감 높은 북녘 동포라는 것.


미화로 계산을 하고 잔돈이 항상 남는다. 예를 들어, 계산서가 15불 50 센트면 50센트 잔돈이 남는다. 북에서는 미 달러 지폐만 사용하고 동전은 사용하지 않는다. 잔돈이 생길 때마다 나는 봉사원에게 내게 안 거슬러줘도 되니 그냥 가지라고 한다. 잔돈도 모으면 꽤 될 거다. 미국에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팁(봉사료)을 종업원에게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북에서는 팁 문화가 없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잔돈은 봉사료의 개념으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번번이 거절하고 꼭 북한 화폐나 중국 화폐 또는 껌이나 사탕으로 거스름돈을 대신한다. 단 1 전도 허투루 받은 적이 없다. 아주 원칙적이고 정확하다. 그 이면에는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이 자리 잡고 있을까?  “우리는 부유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자력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함부로 의존하지도 도움을 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메시지가 읽힌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7박 8일 내내 나는 이런 메시지를 우리 북녘 동포로부터 읽었다.



평양의 교실, 보스턴의 교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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