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근무를 하면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 좋은 곳은 홍대, 신촌 쪽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가기에도 편리하고, 합정역을 거쳐서 홍대입구역, 신촌역을 지나는 공항버스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에 쭉 앉아갈 수 있는 공항버스를 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날도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하여 2020번 버스를 탔다. 2020번 버스는 인기가 많은 노선이다. 굵직한 2호선 합정역, 홍대역, 신촌역, 이대역부터 청량리역까지 인기 역들을 지나기 때문이다.
그 날은 조금 이상한 날이었다. 공항경찰대 2명이 한 남자를 데리고 탔다. 그 사람은 KTX를 타고 가면서 봐도 노숙자처럼 보였다. 푹 눌러쓴 다 헤진 벙거지 모자에 허름하고 꼬질꼬질한 외투, 바지까지 누가 보아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행색이었다. 나는 창문을 열 수 있는 맨 뒷자리에서 바로 앞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그 날은 자리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공항경찰대가 그 사람을 맨 뒷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이거 타고 가시고, 청량리역에서 내리세요, 아시겠죠?”
그렇게 말한 뒤, 그들은 뒤돌아서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도 따라 내리려고 했다. 따라오는 그 사람을 눈치채고 공항 경찰대는 다시 그 사람을 부드럽게 제어하면서 청량리역을 반복해서 말하며 그곳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싸하다.
내 온몸의 세포들이 말했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자리를 옮길까? 그런데 2020번 버스는 인기가 많아서 앞 쪽에 자리가 많이 비어있지 않았다. 그래, 무슨 일이 있겠어? 그냥 뒤에 앉아있지 뭐, 괜찮을 거야. 나는 어차피 거의 처음에 내리니까, 괜찮을 거야. 괜찮아.
그리고 다행히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와서 앉았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는 기억도 안 났다. 그냥 사람이 앉았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버스는 출발했고, 이내 버스 내부는 불이 꺼졌다.
나는 불안에 떨며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이상한 사람이 공항버스에 탔다는 말과 함께, 불이 꺼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고, 불은 버스의 첫 정류장인 합정역에 도착하기 전 다시 켜졌다. 뒤를 한번 스윽 쳐다보니, 그 남자는 아까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다니!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가?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냥 무슨 일이 있었던 사람이겠지, 그러니까 아무 조치도 없이 공항버스에 탄 걸 거고, 내가 너무 과민 반응했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첫 정류장인 합정역에서 사람들이 몇 내렸고, 앞 쪽에 빈자리가 났다. 버스는 출발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앞 쪽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