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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body Dec 01. 2020

이별로 아파하는 친구에게

연대의 중요성

탱구야, 오늘 너한테 했던 이야기를 한번 써보라고 말해줘서 그 힘으로 글을 쓴다.




아낌없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서

지금 많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

온전히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오랜 시간 아파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겪는 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어댔지

그런 나의 노력을 아는 너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고마워




내가 과거에 가장 힘들었을 때

살고 싶지 않고 죽고 싶었을 때

내가 죽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죽어서 남은 사람들이 슬퍼할까 봐

특히 가족들이 힘들어할까 봐였어

내가 죽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어떻게 남은 삶을 웃으면서 살 수 있겠어 우리 오빠도 그렇고




너도 마찬가지로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가 두렵다고 했지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또 살아갈 이유가 필요하니까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그것뿐은 아니더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드는 관계는 여러 가지더라고




물론 인생은 혼자야

맞아 인생은 혼자야

죽을 때 나 혼자 죽어야 돼

같이 죽을 수 없잖아

옛날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골라서 순장시킬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연대가 필요해

우리 모두는 혼자라서 똑같이 외롭기 때문에




혼자 외롭게 섬처럼 멀찍이 떨어져 있을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연대해야




내가 남자 친구랑 헤어져서 너무 힘들어도

나에게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친구들, 중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인턴 동기, 회사 동기, 소모임 지인들 등

다른 무수한 관계가 남아있고 이게 힘이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최대한 많은 안전망을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거미줄처럼 얇은 관계보다는 튼튼한 그물망 같은 관계를 만들어두면 좋겠지?


 


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한 관계가 끊어져서 내 삶이 모두 의미 없어지고 빛바랜 것 같아도

다른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그걸로 버틸 수 있어




그런데 만약 그런 관계가 없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익명으로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리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댓글로 힘내라고 하고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술술 풀어놓으면서 이 시간도 지나간다고 말해주면서

너도 나도 당신을 응원한다며 위로해 줄 거야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들로부터 받은 위로로 살아갈 힘을 다시 얻게 될 거라고 믿어




이게 바로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해




나는 네가 지금 이 힘든 시간을 잘 지내길 바라고

언제든 나한테 편히 연락해주길 바라

너를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잘한 일이라고 했던 말 진심이라 너에게 절실하게 힘이 되고 싶거든




탱구야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고

내일 또 연락하자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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