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나는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편이었는데, ‘하하, 몽의 영 스트리트’, ‘장근석의 영 스트리트’,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 박스’, ‘성시경의 푸른 밤’ 등 새벽 두 시까지 하루 종일 라디오와 함께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라디오는 항상 내 옆에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꼭 방송부에 들어가서 작가, DJ, 연출, 기획까지 모두 해보고 싶었다. 아, 응원단에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 생각은 빠르게 접었다. 내 체력이 안 따라줄 것 같고, 남들 앞에 나서는 성격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1년 3월의 봄, 학교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친해진 반 선배들한테 했었는데, 선배들은 반대했다. 반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나서 동아리는 내년에 들어가도 괜찮을 거라고. 얇은 귀를 가진 나는 그 말에 설득되었는데, 나의 첫 대학생활 1년은 갑작스레 시작된 연애로; 반 활동도, 동아리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2학년이 되었을 때는, 4살 많은 오빠 친구가 무슨 동아리 활동이냐며 차근차근 취업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난 어렸고, 취업 준비는 벌써부터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말이 또 맞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팔랑귀다… 그렇게 전공 수업을 들으며 나의 길을 찾겠노라 다짐했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경영학과를 가라고 들어서 경영학과를 왔는데, 경영학 전공을 들어도 하고 싶은 일이 뿅 하고 튀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목표가 있는데 나만 없는 것 같아서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어느새 29.9세가 되었다.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이제 1/3을 살았다. 20살까지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갔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30살이 되어버리다니, 억울하다. 다른 친구들은 이런 억울함을 나보다는 조금 느끼라고 그들을 위하여 이 글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나는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들을 29살에 시도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포토샵, 요가를 배워봤고,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해서 블로거가 되었고, 카카오 브런치를 시작해서 작가가 되었다. 재테크도 시작했다. 주식의 ‘ㅈ’자도 모르던 내가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소액이지만 돈도 벌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베이킹도 해보고, 몸도 만들어보고, 단편 소설이나 웹소설을 1/3 이상 완성할 것이다. 30살에는 운전면허, 수영, 골프, 전문 자격증 공부를 계획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인생의 1/3도 살지 않았기 때문에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것 같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나의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싶다. 내가 29살에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볼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