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스튜디오 촬영

by 연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낚였다. 세상에.... 스튜디오 연출사진이란 걸 처음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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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인 마중물 도서관에서 봉사를 함께 했었다. 그때 만났던 분들을 간혹 아파트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는데 오늘 그 우연함이 특별한 경험을 쌓게 해 주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누가 클락션을 울린다. 돌아보니, 위층에 살며 나와 함께 배구를 하는 재호 엄마 순용이.

"어디 가니?"

"아니, 별일 없어"

"그럼 사진 찍으러 안 갈래?"

“사진?”

때마침 걸어오는 수영언니를 오랜만에 만났다. 마중물 도서관에서 함께 일했었던 그 언니. 캐리어 가득 소품을 담고 동행하려 오는 길.

"윤서엄마 오랜만이야, 자기도 같이 가자"

솔깃했다. 남양주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려고 가는 길이란다. 수영언니가 소속된 사진동호회 작가분이 스튜디오 개업을 하면서, 놀러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혼자 가기 머쓱한 수영언니는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함께 가려고 나서는 길이란다. 나는 얼결에 길거리 쓰레기통 앞에서 캐스팅되어 합류하게 된 케이스.

"언니, 10분만 기다려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배구 유니폼과 배구공, 검은색 원피스를 집어 들고 후다닥 뛰어나간다. 이런 신나는 일에 빠질 수는 없다. 순용이가 배구 유니폼을 입고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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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일주일 한가운데 요일인데도 길에 차들이 많다. 남양주 평내동 다모아 플라자 4층. 생각보다는 쉽게 찾아 들어선 그곳은 시원하게 뚫린 전망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바닥은 체스 판을 연상하는 바둑의 격자무늬를 바탕으로 인테리어 센스가 돋보인다. 이탈리아어로 SONO가 I am이라는 뜻이란다. 작가 강진수. 소노수/ SONOSU. 스튜디오 이름이다. 강진수 작가를 보는 순간 누군가를 닮은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도무지 떠오르질 않더니 본인 소개 글 명함에 적어놓았다. 데프콘, 고창석을 닮았다고 한다고. 그분들이었구나. 머릿속에서 맴맴 돌던 이름들이.

땀을 식히고 앉았더니 일장 연설을 하신다. 부끄러워하며 소극적으로 사진 찍고 나중에 집에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쪽팔리는 건 잠깐이라며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신다. 태어나서 이런 곳에 서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전혀 고려해주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작가분의 뒤태에 내심 마음이 놓인다. 동병상련이랄까? 풍성하고 풍만한 그분의 넉넉한 모습.


그렇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조명을 받는 자리에 섰다. 포즈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서있는 자리를 화분으로 대신할 거라는 등 잔뜩 주눅 든 네 명의 목동 아줌마들을 말씀으로 잡았다 놓았다 하며 분위기를 잡아 주신다. 우리가 취하는 자연스러운 포즈는 카메라 앵글 속에서 볼 때 많이 어색하다. 조금은 인위적으로 잡아주는 손과 발의 모양과 각도, 자세가 카메라로 보았을 때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허리를 짚는 손의 위치도 조금 높게, 눈은 카메라를 응시하되 도전적으로 턱을 높이 들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선 모습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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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년 동안 놓고 있었던 내 모습을 사진을 통해 지그시 바라본다. 아줌마들의 일상탈출 사진을 받았다. 나 맞아? 매일 운동한다고 트레이닝복으로 들락거리던 모습은 어딜 가고 검은 원피스차림의 낯선 여인이 서있다. 도발적인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한 사람.


내 안에 그녀가 있었다..... 세월에 묻혀 잊고 있던 그녀. 잠깐의 카메라 피사체가 된 그 시간이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거기 있었구나..... 너.


Sonosu for you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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