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과외비로 150만원을 쓰던 학생이 있었다.

by 김미경


한 달에 수학 과외비로만 150만 원을 쓰던 학생이 있었다. 수학 학원 한 곳에 다니고, 개인 과외 선생님이 두 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수학 성적은 4등급이었다. 이 학생의 아버님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된다면 돈은 얼마든지 들여도 좋다고 생각하신다.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나는 아버님께이렇게 말했다.

“과외를 더 많이 학원을 더 많이 , 이런 식으로 해결 안된다고 생각해요. 문제의 근본원인은 학생에게 있어요. 크게 노력하지 않는 이 학생은 부모님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는 큰 기대감이 있어요. 성적을 올려 보려고 실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부모님이시네요. 아이는 별 생각이 없는데. 자기 공부에 대한 책임감이 없네요. 또 부모님은 실력있는 과외 선생님을 찾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시고 싶어 하시죠. 이 학생의 수학 성적은 부모님도 과외 선생님도 해결해 줄 수 없어요. 근본적으로 학생이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찾아서 본인이 책상에 좀 더 오래 앉아서 해결해야 해요.”


이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성적을 받은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일단 파악했고 대체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는지도 궁금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나는 미적분, 기하, 수학Ⅱ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 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교재로 공부했니?”라는 나의 질문에 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프린트물이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과외 선생님마다 사용하는 교재가 달랐고, 수업은 대부분 프린트물 위주로 진행되었다고 했다. 그 결과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무엇을, 어디까지, 얼마나 공부했는지조차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교재가 불분명해서 반복학습이 어렵다. 이 학생이 이 성적에서 벗어나려면 반복 학습이 그 해결책이다.


반복학습을 통해서 공부 시간을 늘리고 기본기를 몸에 쌓아야 한다.


수학 공부에 어떻게 반복학습을 적용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려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 실전 기출 문제집을 푼다. 이 기출 문제집을 어떻게 반복학습할지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려한다.


고등수학을 공부할 때 자이스토리, 마더텅 같은 실전 기출 문제집을 여러 권 풀 것인지?, 한 권을 반복해 완전히 마스터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어떻게 반복학습을 할건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화가 이야기가 있다.

연필로 나무를 세밀하게 그리는 두 연필화가가 있었다.


두 세밀화가 중 한 화가는 실력을 인정받아 성공한 화가가 되고 한 화가는 평범한 화가로 남았다.

첫 번째 화가는 “세밀화는 많이 보고, 많이 그릴수록 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매일 다른 나무를 그렸다. 오늘은 소나무, 내일은 자작나무, 그다음 날은 느티나무였다. 다양한 나무를 그리며 형태와 질감에 익숙해졌고, 연필로 명암을 표현하는 솜씨도 점점 안정되었다.


반면 두 번째 화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마을 한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를 정해, 그 나무만 반복해서 그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굵은 줄기와 대략적인 가지, 잎의 덩어리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의 거친 면처럼 보이던 나무껍질이 서로 다른 방향과 깊이를 지닌 수많은 균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지는 단순히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꺾여 있었고, 잎과 잎 사이의 간격과 명암의 층도 눈에 들어왔다.

나무는 그대로였지만 화가의 눈은 달라지고 있었다. 반복해서 볼수록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났다.

이는 인간이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연필화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분명했다. 보지 못한 것은 그릴 수 없었고, 애매하게 본 것은 애매하게 표현되었다. 그는 연필을 움직이기보다 바라보는 시간을 늘렸고, 그럴수록 그림은 놀라울 만큼 세밀해졌다.

1년 뒤에 성공한 화가는 누구였을까?


여러 나무를 그린 화가의 그림은 안정적이었지만, 한 나무를 반복해 그린 화가의 그림은 압도적으로 세밀해졌다. 그는 느티나무를 잘 그리게 된 것이 아니라, 세밀하게 보는 능력을 얻은 것이었다.


일본의 전통 스시집에서 견습생은 오랜 시간 계란말이만 만든다. 밥도 생선도 만지지 못한 채, 불의 세기와 팬의 온도, 계란의 농도와 손목의 각도를 매일같이 반복해서 다룬다. 그 단순한 음식 하나에 요리의 모든 기본 감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비슷해 보이던 계란말이도, 반복할수록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인식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는 방법은 반복이다.


심리학자 George A. Miller는 인간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이 매우 제한적이라서, 인간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한계에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문제집 한 단원에는 개념, 공식, 조건, 문제 유형, 예외 규칙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학습자는 이를 한 번에 모두 인식하고 처리하려 하지만, 우리 뇌의 작업기억의 용량은 이 모두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문제집을 한 번에 마스터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반복 학습은 제한된 작업기억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정보를 나누어 처리하도록 돕는 필수 과정이다. 즉, 여러 번 보는 학습은 비효율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구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수학 선행 학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러 문제집을 빠르게 돌며 선행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하며 확실히 다지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선택의 고민은 수학뿐 아니라 과학·사회 탐구 과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공부 전략은 항상 ① 현재 실력과 ② 시험까지 남은 시간을 함께 고려해 유연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만 보편적으로 보았을 때, 문제집에서 1~2문제 정도만 틀리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문제집으로 넘어가기보다 한 권을 반복해 완전히 마스터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 실력에 따라 유연하게 회독수를 달리해야 함은 언급해두고 싶다.


한 권을 반복적으로 마스터한 학생은 다른 문제집으로 넘어가도 굉장히 막힘없이 빠르게 푼다.


현재 지도 중인 예비고 2 학생의 사례다.

이 학생에게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2-1학기 대수 과목을 숨마쿰라우데로 개념을 읽고, 개념원리에서는 필수예제와 확인체크만 풀며 1회독을 시켰다. 이 학생은 이걸 6일만에 끝냈다.


다시 개념원리로 돌아와 확인체크 빼고 필수예제와 연습문제까지 포함해 2회독을 시킵니다. 이 단계도 주말 포함해서 6일만에 끝냈다.

그 다음,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풀며 3회독을 채운다.


이 시점이 되면 학생은 개념원리에서 틀리는 문제가 15~20개 정도로 줄어든다. 그리고 개념원리 문제집의 문제를 잘 푸는 것 뿐만 아니라 이론과 유형을 익힌 상태가 되서 실전 기출문제집으로 넘어가면 쉽게 쉽게 문제들을 풀어낸다.


나는 이렇게 개념원리를 반복학습 한 것처럼 기출문제집인 자이스토리 한권을 오답이 거의 없을 때까지 혹은 자이스토리 한권을 1~2주일만에 다풀 수 있을 때까지 여러번 풀게 한다.


자이스토리를 이렇게 반복학습해서 마스터하면 그 다음에는 다양한 문제집을 푼다. 이때는 1번만 풀고 거기서 나오는 오답만 오답노트에 답아서 관리하면 된다.


이 학습법의 특징은 반복이다. 반복의 텀은 짧을수록 좋다. 텀이 길면 반복학습의 효과도 준다.


손흥민의 아버지는 기본기를 철저히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정식 리그에 뛰기 전까지 기초 훈련만 매일 6시간 이상 반복시켰다. 그는 “축구에서는 모든 것이 기본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기본기를 중시했다.

개념원리가 축구로 치면 기초 훈련이다. 매일 6시간 씩 반복한 손흥민의 기초 훈련은 개념원리를 반복해서 푼 것에 비유된다.


개념원리를 최대한 빠르게, 그러나 여러 번 반복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개념원리 한 권이 통째로 암기된 상태에 가까워져야, 기출문제집으로 넘어갔을 때 문제집을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음이 급해 기초 문제집을 대충 한 번 보고 곧바로 실전 문제집으로 점핑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빨라 보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지연된 전략이다.


어떤 교재이든 3~5번은 보아야 내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