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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Apr 25. 2022

2일 차

2022. 04. 24

Q. 당신을 소개해주세요한마디로 당신은 누구세요?
안녕, 나는 마리입니다. 나는 아주 보편적이고 다소 보편적이지 않은 것들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Q. 당신의 이름나이사는 직업결혼 여부  당신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세요.
나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싫었습니다. 2022년부터 마리(Marie)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1990년에 태어났습니다. 누군가는 기구한 백마띠라고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내가 태어나던 시각에 동쪽에는 염소자리가 있었고, 바로 위에는 천칭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태어난 날이 가브리엘 대천사 축제일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이 모든 게 사실인지 중요하지 않아서 진위여부를 탐구해본 적이 없지만, 기성세대들을 뒷목 잡게 하는 아이콘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 조그맣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유년기는 입구에 아주 커다란 벚나무가 심어져 있던 낮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동네 친구들과 즐거운 것들을 하느라 아주 바쁘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청소년기는 이사가 잦았는데 대부분의 집에서 나는 방을 갖지 못하였죠. 아주 짧은 시간을 뉴질랜드와 런던에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20대의 2년은 홍대 앞 고시원에서, 5년은 런던의 우드 그린과 웨스트 햄스테드, 로더하이드에서, 마지막 3년은 서울 송파구
에서 삶을 보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음악가를 꿈꾸었고, 가끔은 춤과 노래를 추고 싶었으며, 아주 많은 시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고, 이따금씩 사진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때때로 디자이너였고, 때때로 아티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오, 에디터 혹은 기자로 불렸던 시간도 떠오릅니다. 그 모든 직업들을 관통하는 것은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일 겁니다. 나는 친구라는 게 생기기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고, (필요가 있다면 앞뒤 목적을 설정하고 촘촘한 전략을 짜기도 합니다) 그것을 최대한 훼손되지 않게 실행하려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나는 마케터라는 직업을 꽤 오래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마케터라는 사실은 사실 아주 최근에야 조금 더 인정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는 또 (라이프) 코치입니다. 나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생이며, 영성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동시에 7개의 명함을 가진 삶을 사는 것을 꿈꿉니다. 그중에 하나는 코치, 하나는 기획자, 또 하나는 작가일 겁니다. 
나는 2024년 5월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될 사람은 그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일 겁니다. 내가 이때 결혼을 하고자 함에 대해서 나는 누구와도 합의하지 않았으며 내가 그저 그러기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일로 적어 두었습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런 나를 지켜보는 ‘심바’라는 아이 2가지 존재로 존재합니다. 나는 아주 어릴 적 언젠가 내가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아주 좋은 것들을 심바에게 주었습니다. 심바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Q. 당신은 지금 행복하세요 이유는요?

Q. 당신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요왜요이유가 뭘까요?
나는 잘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상태는 행복하지 않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고로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지도 않습니다. 
행복이란 것은 한낱 감정이라는 말이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행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아주 찰나의 순간에 옵니다. 예를 들어 엊그제 점심 1시부터 3시 사이 언젠가 행복은 바람처럼 드나들다 제갈길을 가버렸습니다. 옅은 하늘색을 뒤로하고 여름을 맞이하는 나무들이 산들바람을 불어 일으킵니다. 한옥 창문을 사이에 두고 나는 그것을 일으키는 바람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을 보고 싶으면 나무를 보면 됩니다.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안전한 곳에서 나무 냄새를 맡았습니다. 한 상 그득히 차려진 진수성찬과, 처음 마셔보는 약주도 그럴듯했지요. 행복은 창문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나를 방문하다 제갈길을 가버렸습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보냈습니다. 여전히 나의 해마는 언제든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모드로 작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잽싸게 미간 사이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행복할 필요도, 행복하지 않을 필요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고로 나는 지금도 괜찮습니다. 고로 나는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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