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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l 03. 2022

72일 차

2022. 07. 03

Q.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전에 알았다면 지금 그 일을 계속할 것인가요?

나는 비겁하게도 그전에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혹은 내가 선택했던 것이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라고요.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내가 지금 알게 된 것들을 미리 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그것에 마음이 가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것에 마음이 가지 않았기에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삼 몰랐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Q. 당신에게 "어떻게 살면 되나요?"라고 믿는 후배가 있다면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나는 그 질문에 아무것도 대답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겠군요. 이를 테면, 내가 앞선 인터뷰에 했던 질문 같은 것이지요. 무엇이 가지고 싶은가? 무엇이 되어야 가질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미 그것이 되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을 이미 가지고 있는가?


Q. 당신의 묘비명에 어떤 글이 쓰이면 좋겠어요?

오, 이건 얼마 전에 만든 적이 있지요.

나는 대충 나 자신에게 동등한 기회를, 나 자신에게 자유를, 나 자신에게 사랑을 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같은 것을 베푼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판단하지 않음'을 수행하고 그 미덕을 설파하겠지요.

2081년 11월 8일

이 죽음을 있는 그대로 보라
이 죽음을 말미암아 
그 무엇도 판단하지 않는다


Q. 당신은 죽은 뒤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세요?

그 모습은 떠났지만, 결코 떠나지 않은 사람. 나의 삶을, 세상을 더 좋게 바꾼 사람. 그 뜻을 계속 이어 나겠다 다짐하게 만든 사람.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 사랑했던 사람, 좋아했던 사람, 존경했던 사람.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있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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