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Play

by 그믐

Song : 'Moon River' by Andy Williams


옛날옛적에, 음악을 듣는 일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들던 시절에는, 더 열심히 좋은 노래들을 찾고 어떻게해서든 구해내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어느날부터 나는 여러 음원사이트의 정액권을 끊어놓고 이름만 치면 들을 수 있는 무수한 리스트에 치여 제목조차 기억못할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는데, 내게 무언가 더 깊은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나간 어느날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줄 위로를 기대하며 소호거리로 나섰다.


60-70년대 가장 힙한 곳이었을 이곳에서, 이제는 많이달라진, 많이 없어진 LP 가게를 찾아서 헤메였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가게는 문을 닫은지 오래지만 여전히 LP 음반을 발행하는 런던이기에 새로 단장한 가게부터 비교적 선배격인 가게까지 너나 할 것없이 중고 음반부터 신간 일렉트로닉, 하우스 음반까지 다양한 LP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LP세대가 아닌 나는 이 경이로운 경험을 정신없이 즐기다가 최근 ACE Hotel에 두번째 가게를 연 Sister RayRecords의 본점이었던 건물의 파사드 앞에 멈춰섰다. 두 번지 수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였던 본점의 커다란 윈도우를 ‘THE FUTURE IS BEHIND YOU’ 라는 문구가 차지하고있었다. 그냥 문득, 조금 문득, 속상해졌던 것 같다.


그 문구를 본 후로 거리 구석구석, 수많은 LP 판 앞에서도 삼사십년전의 런던을 그려보았다. 그곳에는 DavidBowie가, Sex Pistols이, 그리고 Beatles가 있었을테다. 열광하는 사람들과 젊음, 예술, 그리고 그 때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매 순간의 진정함이 있었을테다. 나는 아는 이름과 모르는 이름들이 뒤섞인 LP판 사이사이로 맘에 드는 커버에 마음을 뺏기기도하며 내가 모를 그 시절, 좋아하는 음반을 모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숨죽여 들어보던 그 편안한 소리를 상상해보았다. 2014년을 사는 우리는 우리답게 젊고 우리답게 열정적이고 우리답게 아름답지만, 그래도 그때보다 많이 편해진 삶을 살게된 지금, 우리는 이어폰 속 음악소리에 숨소리를 아껴보지도, 좋아하는 음반들로 책장 한칸을 가득 메워보지도, 그렇게 거리로 발걸음하여 진열대를 뒤적여보지도 않는다.


여전히 LP음반은 ‘Long Play’라는 뜻의 약자인만큼 CD보다도 더 오랜시간 계속해서 사랑받고 재생되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불편함이 주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편안함인지도 모른다. 구지 LP가 아니어도 좋다. 좋아하는 음반을 찾아 레코드샵 진열장을 뒤적이며 커버를 감상해보기도하고 들어보기도하며 마음 속에 새겨보자.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노래의 제목을,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Long Play될 추억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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