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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글쓰기

마음이 눅눅하고 가라앉을 때 한글 파일에 마구마구 씁니다

by 가을웅덩이

막춤

막노동판

막살다


'막~'이란 '마구'의 줄임말로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에도 막글쓰기가 있다. 거의 초고가 그렇고, 일기가 그렇고, 모닝페이지가 그렇다. 펜이 가는 대로 써 보는 글쓰기. 자판에서 손가락이 춤추는 대로 써 보는 글쓰기가 때로는 필요하다.


마음이 눅눅하고 가라앉을 때, 미래가 불투명해서 어정쩡한 마음일 때 막글을 쓴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글을 쓴다. 음악에 맞추어 어깨를 흔들고, 빗소리에 자판을 두드리며 나무와 함께 손가락 춤을 춘다.


막글을 쓰다 보면 흥겨움이 살아난다. 손가락 춤은 온몸의 춤만큼 즐겁다. 생각의 음표를 그리고, 마음의 쉼표를 만든다. 과거와의 연결된 이음줄을 그려 넣기도 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붙임줄을 그리기도 한다. 글로 적은 악보를 보며 손가락은 신나게 춤을 춘다.


여름이 한창 달리고 있을 때 잠자리들이 날아오른다. 그들 만의 춤을 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춤을 추는 일이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잠시 제켜두고 나와 속닥거리는 일이다. 응원과 칭찬으로 다독거리며 한껏 나를 채우는 일이다.


막글쓰기를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바로 책 읽기다. 나의 삶을 다독이는 글쓰기와 함께,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 읽기는 다정한 친구다. 책을 읽으면 저자의 생각과 삶에 깊이 들어가게 된다. 때로는 같은 공감의 허리를 두드리는 문장을 만난다. 얼마나 반가운지 데리고 와서 내 생각을 이어 적어본다. 나의 문장 글쓰기다. 빼어난 수식어나 단어가 아니라도 좋다. 나의 생각을 써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저자와 조금 다른 견해라도 좋다. 내 생각을 펼쳐볼 수 있으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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