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속에서도 끝내 단단해진 당신
사람은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고통을 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진짜 고통스러운 사람은 이 말을 진심으로 혐오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정희는 아픈 자신의 모습을 비관했다가도 다시 잘 살아봐야겠다는 가냘픈 소리를 내었다.
나의 굴곡진 삶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시대엔 다들 그렇게 살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으로
쉽게 절망하진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나의 희생으로 가족과 오빠의 학업을 마무리 짓게 한 자신이 바보 같고, 등신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고맙다고, 고생했다고 말한 적 없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그럴 때마다 인정받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많이 무너졌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방법이 뭘까?
하지만 당연한 수순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가 몸이 많이 상하게 되고, 경제관념이 없는 남편을
대신하여 집안 살림까지 챙겨야 했다.
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랬다.
하지만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부리는 남편으로 인하여 불안증이 생겼다.
남편이 와도 불안하고, 오지 않으면 술 마시느라 늦게 오나 생각하다가 불안해졌다.
이런 결혼 생활은 나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몇 번이나 이혼을 결심했다가도 어린 두 딸을 보면 가슴이 미여지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감싸 안았다.
엄마인 내가 많이 울고, 어두워지고, 말이 없어지니 아이들도 나와 비슷해져 가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계속 이렇게 살다 간 아이들의 삶까지 망치겠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마음을 바꾼다.
하루아침에 이 이뤄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의 삶이 단단해지기 위해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남편과 담판을 짓기로 마음먹고 아이들과 시내로 나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을 한 개씩 사주고선, 옷도 한벌씩 사주었다.
아이들은 좋아하면서도 불안해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엄마가 그동안 아파서 너희들을 잘 못 챙긴 것 같아서 한꺼번에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러니깐 '아무 생각하지 말고,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자'라고 얘기하며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다신 우울해하고, 남편한테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내 마음이 단단해져야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더 씩씩한 엄마, 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인생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수없이 무너지고, 상처도 깊었다.
하지만 그 무너짐 속에서 엄마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부서진 자리마다 삶의 흔적이 새겨지고, 상처 위로 더 깊은 강인함이 자라났다.
이제 나는 안다.
엄마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 무너짐을 견디며 더 강해진 사람이라는 걸.
굴곡 속에서도 끝내 단단해진 당신.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