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칠 때 깔아놓는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렸다

신문에 얽힌 기억과 그 의미

by 라라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는 아침마다 신문 한 부가 놓여 있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되던 시절이었다.

때론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신문을 배달하곤 했다.

신문은 항상 아버지의 손에서 먼저 펼쳐졌다.

그 뒤를 이어 내가 읽을 차례가 왔고, 나는 늘 만화와 운세를 가장 먼저 찾아 읽었다.

연예 뉴스도 빼놓지 않았고, TV 시간표도 꼼꼼히 챙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던 건 낱말 맞추기였다. 정답을 우편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어 늘 기대하며 풀었다.

방학이 되면 학교에서는 신문의 사설을 오려 노트에 붙이고, 요약과 느낀 점을 적어오는 숙제를 내주곤 했다.
당시 사설은 한자가 너무 많아 무척 어려웠다. 낯선 글자를 하나하나 사전으로 찾아가며 해석해야 했고, 그 과정은 어린 나에게 꽤 고역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숙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신문의 다른 기사들은 대충 넘기고,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읽었다.

하지만 신문은 분명 일상의 일부였고, 아침을 여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신문은 단순한 정보지가 아니었다.

가족이 함께 나누는 대화의 매개이자, 세상을 배우는 첫 창이었다.



요즘엔 스마트폰 하나로 뉴스, 연예, 생활 정보까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지만, 당시엔 신문이

그런 기능을 대신해 줬다. TV조차도 정해진 시간에만 방송을 하던 시기였기에, 신문은 세상의 소식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신문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놀이도구이자 학습 도구, 그리고 문화의 매개였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신문을 오려 딱지를 만들기도 했고, 연재소설이나 시사만화, 어린이 코너 등은

나름의 재미를 안겨줬다.



신문은 또한 사회적 기능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건·사고를 보도하고 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설명하며,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 문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 집은 늘 조선일보를 봤다. 하지만 지역마다 선호하는 신문사가 다르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입견이

존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 다른 신문들도 각자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냈고, 그만큼 다양한

시각을 품은 매체들이 존재했던 시대였다.

마루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신문 더미는 그 자체로 집안의 일기장이자, 시대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이 뉴스를 인터넷으로 본다. 디지털 뉴스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불확실한 정보도 많다.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낚시성’ 기사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종이 신문이 주는 정제된 정보의 신뢰성과 깊이는 오히려 재조명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종이 신문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같은 사건을 여러 신문사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비교하며 읽는 이들도 있고, 아침마다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유명 인사들도 많다.



신문은 단순히 뉴스를 전하는 매체를 넘어, 세상을 해석하고 통찰하는 힘을 길러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신문을 읽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는 신문은 그저 전 부칠 때 깔아놓는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문득 그 안에 담긴 활자와 그 시절의 시간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신문은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과 사람, 시간과 기억이 담겨 있다.

신문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레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쌓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정보를 접하면서 시야가 확장된다.


또한 신문을 통해 한자를 익히고, 글의 논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손 안의 기기만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에 익숙해질수록 깊이를 잃기 쉽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금, 느리고 묵직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문은 그런 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매체다.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성찰과 집중, 그리고 삶의 온기가 담겨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효의 의미와 오늘날의 재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