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가 아닌 게 어딘가 감사하며 청소기를 돌린다.

먼지가 되어.

by 라라

우리 주변에는 먼지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먼지는 금세 다시 나타난다.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표면에 쌓이는 이 미세한 입자는 주로 흙, 피부 각질, 직물 섬유, 꽃가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지는 공기 중을 떠도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이며, 세상이 먼지 하나 없이 완벽히

깨끗하다면 그 또한 정상이 아닐 것이다.

먼지가 전혀 생기지 않는 세상은 편리할 수는 있지만, 어쩐지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먼지는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자연에서는 먼 지역으로 영양분을 운반하고, 지표에 쌓여 시간이 지나면서 토양의 일부가 되어 생태계 순환에 참여한다. 우주에서는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되고, 그 잔해는 위성의 기초가 된다. 혜성이나 운석 속 먼지는 태양계 초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과학 연구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일상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나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물건 위에 쌓인 먼지가 과거의 흔적과 세월의 흐름을 말없이 보여준다.



어릴 적, 방바닥 구석에서 먼지를 동그랗게 굴리며 놀던 기억이 있다. 그런 장난이 들켜 엄마에게 혼이 나고, 어질러진 방은 스스로 청소해야 했다. 예전에는 빗자루로 먼지를 쓸었지만 지금은 진공청소기나 물걸레 청소기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청소할 수 있다. 가끔은 가족 중에 나만 먼지가 보이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있다. 결국 청소기의 주인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그래도 빗자루가 아닌 청소기라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하지만 먼지는 단점도 많다. 특히 미세먼지의 형태로 존재할 때는 사람의 호흡기와 심혈관에 해로울 수 있으며,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눈과 피부를 자극하고, 실내 공기질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전자기기나 정밀 기계에 쌓이면 고장을 유발할 수 있고, 청소와 관리에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침에 깨끗이 닦아놓은 물건 위에 퇴근 후 또다시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것을 보면, 먼지는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듯하다.



결국 먼지는 어디에나 있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 집 방바닥 구석구석에는 먼지가 쌓여 있지만, 억지로 치우지 않고 그저 기다려준다. 먼지는 나올 때가 되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먼지와 같다. 꼭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 없어서는 안 될 사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그래서 삶이 무의미해 보일 때, 스스로를 지우고 싶을 때, 먼지처럼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질 때에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물걸레로 닦아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라질 이유도, 없어질 의무도 없다.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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