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월은 나만 세차게 맞은 게 아니었다.
난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바로 앞에 친구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장점은 친구의 얼굴이 예뻐 보인다는 거.
제일 많이 하는 일.
안경 벗어놓고 어디다 놓은 지 몰라서 안경을 못 찾아 아들한테 찾아달라고 한다.
아직 다행히 냉장고엔 넣어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길 바란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땐 안경 쓴 아이들이 부러웠던 시절이라 난 그저 좋았다.
안경을 맞추고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리 엄마 아빠만 빼고 여동생, 남동생까지 모두 안경을 쓴다.
무더운 여름날 안경을 쓴다는 게 정말 고역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콧등과 귀사이에서 땀이 차 오르는데 간지럽고 따갑고 너무 힘들었다.
한 번은 체육시간이 끝나고 안경 쓴 줄도 모르고 그대로 세수를 하다가 얼굴에 일자로 쭉뻗은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아직까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상처는 꽤 오래갔다.
성인이 되고 나선 소프트 렌즈, 하드렌즈를 끼고 다녔다.
그러다가 라식수술이라는 게 유행을 했다. 나도 해보고 싶어서 검사를 받았는데 원추각막염이라서 위험해서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라식수술을 못했다. 그때 내 남자친구와 여동생 남동생까지 모두 라식수술을 하였다. 딴 세상 같다고 하는 게 부러웠다.
나도 하고 싶었으나 무섭기도 하고 하지 말라는데 굳이 했다가 위험해질까 봐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렌즈를 끼고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안구건조증이 심하게 와서 렌즈를 낄 수 없는 상태가 왔다.
슬펐다. 나이를 먹은 것도 서러운데 렌즈도 끼지 못하는 이 상황이....
그래서 난 다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집에서만 쓰던 안경을 외출할 때도 회사에 나갈 때도 안경을 썼다.
처음엔 다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역시나 난 여름에 땀 때문에 고생을 하였다.
안 그래도 서러운데 나의 눈은 점점 나빠져서 난시까지 생기고, 눈이 마이너스시력이 되어버렸다.
안경을 벗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그 세월은 나만 세차게 맞은 게 아니었다.
라식수술을 했던 남자친구, 여동생, 남동생 모두 라식수술을 하였지만 눈이 다시 나빠져서 안경을 쓰고 있다.
라식수술이라는 것도 유효기간이 있는 건가? 그것까진 모르겠으나 다들 다시 안경을 쓰게 되었다.
라식수술을 안 한 나로서는 다 똑같이 안경을 쓰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크크크 웃으면서 어차피 안경이네.....
혼자 폭소를 터트린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