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다.
괜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참 맛있다.
산미가 강한 커피는 입에 잘 맞지 않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적당한 탄맛과 쌉쌀함이 있어서 내 입맛에는 잘 맞는다.
처음부터 커피 맛을 아는 건 아니었다.
한때는 바닐라 라테처럼 달달한 음료만 마셨다.
그러다 단맛이 물리고 나니 자연스레 아메리카노를 찾게 되었고, 그게 익숙해지면서 입맛도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은 커피를 사기 전에 꼭 묻는다. “산미가 강한가요?”
산미가 강하다고 하면, 조용히 나와 다른 카페를 찾는다.
예전에는 스타벅스를 일부러 가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카페를 가끔 가긴 했지만, 스타벅스는 괜히 더 비싸다는 생각에 좀처럼 발길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 허허벌판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주변에 초등학교 하나와 스타벅스 외엔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기에, ‘이게 장사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줄까지 서 있는 걸 보며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던 중, 동네에 사는 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그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조용하고 깔끔하고, 생각보다 분위기도 좋아서 꽤 괜찮았다.
그날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 맛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스타벅스에 빠져들기 시작한 건.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친구들이 보내주는 스타벅스 쿠폰도 한몫했다.
처음엔 선물 받은 김에 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자주 찾게 되었다.
여러 커피숍을 다니다 보니, 스타벅스의 장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주문할 때 닉네임을 물어보고, 음료가 나오면 그 이름으로 불러준다.
작은 배려이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기억해 주는 공간’ 같은 느낌이랄까.
양도 넉넉하고, 조용히 앉아 글을 쓰기에도 괜찮다.
물론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건 아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그 근처의 건물값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 디저트 가게나 작은 커피숍이 하나둘 생겨나는 걸 보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함께 살아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공간이 살아난다.
스타벅스 로고는 고대 신화 속 두 개의 꼬리를 가진 사이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바다의 유혹자, 탐험과 매혹의 상징.
그 설명을 듣고 나니 커피 한 잔에도 이야기와 상징이 담긴 것 같아 흥미로웠다.
스타벅스 하면 떠오르는 초록빛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안정시킨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그 색이, 카페 전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가끔은 검은색 외관의 매장도 보이는데, 그럴 때면 또 다른 시크한 매력이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커피만 잘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스타벅스는 ‘경험’을 팔았다.
공간을 만들고, 감정을 설계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저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사람들은 쉬고, 만나고, 스스로를 정리한다.
공부를 하기도 하고,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일상의 중심에서 그렇게 스며든다.
물론 가끔은 커피 한 잔이 너무 사치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굳이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젠 생각을 바꿨다.
그건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치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지금을 살아내기 위한 한 모금의 여유다.
원두도 고급스럽다.
스타벅스는 아라비카 원두만을 쓴다고 한다.
이젠 우유 대신 오트를 선택해 라테를 마실 수도 있고, 비건이나 유제품을 피하는 사람들에게도 선택지가
넓어졌다.
돌이켜 보면,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브랜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음료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과 감정을 함께 산다.
나도 그랬다.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익숙한 공간에서, 그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금은 나를 위로하고, 조금은 나를 다시 세운다.
오늘도 아메리카노 한 잔.
쓰지만, 이상하게 기분 좋은 그 맛으로,
조용히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