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왕국

빛과 그림자

by 라라




어린 시절, 어느 여름날 마당 구석에서 개미들이 한 줄로 이동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그렇게 많은 개미가 줄을 지어 행진하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밥알보다 더 작은 짐을 등에 지고, 묵묵히 흙길을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작디작은 벌레들이지만, 그 움직임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조직사회처럼 보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개미왕국’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자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호기심에 개미들을 따라가 보니, 흙이 봉긋하게 솟아 있는 곳이 있었다.
살짝 파 보니 그 안은 마치 지하 도시 같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복잡한 터널, 알과 먹이가 쌓인 저장고, 일개미들이 드나드는 작은 방들,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의 넓은 공간.
그곳은 여왕개미가 있는, 왕국의 중심이었다.
놀라운 건 내가 흙을 건드렸는데도 개미들이 당황하거나 흩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이어갔다.
그 질서와 집중력은 인간 사회의 생존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개미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법과 신호가 있는 듯했다.
누군가 명령하지 않아도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했다.
그 단순하지만 강력한 규칙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인간 사회의 법과 질서 역시 결국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개미왕국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풍요로울 때는 질서와 평화가 유지되지만, 위기 속에서는 잔혹한 선택이 내려진다.
약한 개체가 희생되고, 모든 자원이 여왕과 군체를 지키는 데 쓰인다.
그 냉정함을 떠올리자, 생존과 도덕의 경계는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우리는 무심코 발아래 개미를 밟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작은 세계 속에도 완전한 하나의 ‘국가’가 존재한다.
개미왕국을 떠올리면, 인간 사회 역시 결국은 거대한 개미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 후로 마당을 걸을 때, 내 발걸음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작은 생명과 그들이 지키는 세상을 생각하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타벅스와의 첫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