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든 시간들.
모임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술 마시고 수다 떠는 자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니 그런 모임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술은 몸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다를 떠는 것도 체력이 달려 듣기만 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즐겁던 모임들이 이제는 피로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독서모임에, 올해는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 두 모임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무엇보다 큰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책은 원래 집에서도 자주 읽던 터라, 읽은 책을 들고 일주일에 한 번 모임에 나가면 그만이었다.
글쓰기 모임도 처음엔 2주에 한 번씩 시작했지만, 점점 참여 인원이 늘고, 다양한 주제로 함께 글을 쓰며
매주 한 번씩 모이게 되었다.
억지로 끌려가는 자리가 아닌,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바로 그런 모임이었다.
사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참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두려움, 귀찮음, 어색함?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이룬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직장에서 퇴근하면 그냥 TV 앞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냈고,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며 점점 내 곁을
떠나갔다.
어느 순간, 외로움은 깊어졌고, 무기력은 일상이 되었다.
밥을 하는 것도 귀찮고, 운동도 하기 싫어졌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책장을 넘기며,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머릿속에는 오랜만에 전율 같은 감정이 스쳤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예전에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하고 덮어두었던 책들을 하나둘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는 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가물가물했고, 마치 처음 읽는 듯한 신선함에 놀라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니, 이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며, 나만의 작은 기록을 쌓아갔다.
한 달 넘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점점 외로움이 밀려왔다.
혼자 하는 독서와 글쓰기가 조금은 지루하고,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독서모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이 제한이 있는 곳도 있어서 당황하고 상처받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람, 괜히 속상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다 보니, 다행히 우리 지역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가입했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모임 첫날, 그 설렘과 떨림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조용하지만 묘하게 긴장된 분위기, 낯선 사람들과 마주한 순간.
처음엔 조금 무뚝뚝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그 차분함이 좋게 다가왔다.
1시간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나머지 1시간은 책 소개, 자기소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처음이라 많이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자연스러웠고, 오히려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가 읽지 않는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책을 듣고, 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들은 내 안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시켜 주었다.
첫 독서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랜만에 느껴본 뿌듯함, 마치 내가 무언가를 이룬 사람처럼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모임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매주 꾸준히 나가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이제는 모임이 있는 날이면 마음이 설렌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든 시간들.
나를 회복시키고,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만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