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나, 틈새와 균열이 많은 나
겉으로는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는 틈새에 여전히 나의 감정들이 남아 있음을 알았다.
사소한 일들로 인해 상처받았던 날들, 사람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
살아갈수록 도리어 잊고 싶은 일들은 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기억의 파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틈새마다 콕 박혀 있다.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두려울 때가 있다.
나의 기억의 잔해들,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문득 떠올리곤 한다.
집 안 구석, 책상 틈, 혹은 마음속 한편에 남아 있는 조각들.
내 마음이 다칠까 두려워 조심스레 건드리지 못한 채 방치된 모습들을 생각해 본다.
학창 시절, 까만 얼굴 때문에 까만 콩이라 놀림받던 기억, 내 이름을 가지고 장난 삼아 부르던 아이들.
지금 돌이켜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소심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상처였다.
그 작은 파편들은 지금 어디 틈새에 끼어 있을까.
물리적인 파편을 넘어, 관계 속에서 부서지고 남은 감정의 조각들을 떠올린다.
말하지 못한 단어들, 끝맺지 못한 대화, 사라져 버린 웃음 같은 잔해들.
그 조각들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의 틈새에 스며 있다.
때로는 이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퍼즐처럼 맞춰보고 싶다. 머릿속이 복잡해 나조차 나를 알 수 없을 때,
그 모든 것을 둥글게 모아 동그란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조각들은 아픔과 상처로만 남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증거이자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완전한 것’보다 ‘깨진 것’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이제야 안다.
틈새에 남은 파편들은 기억과 성찰의 흔적이 되어 내게 말을 건다.
그 안에는 상처와 상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망과 사랑, 희망까지 뒤섞여 있다.
나는 그 조각들 중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더듬어 찾아내려 애쓴다.
조각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틈새 속 조각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오히려 삶의 깊이가 더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파편 속에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된다.”
조각들은 때때로 나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때는 감당하기 벅찼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상처가 있기에 위로가 필요했고, 상실이 있었기에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길 수 있었다.
그 모든 파편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나, 틈새와 균열이 많은 나.
그러나 그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이 흘러나온다.
나는 이제 조각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조각들을 품으며 걸어간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