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
어릴 적 중국집에 가면, 나는 늘 짜장면보다 잡채밥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잡채밥은 가격이 비싸 자주 시켜 먹을 수 없었다. 집에서 잡채를 해 먹을 때도 특별한 날에만 만들 수 있었기에 잡채는 내게 언제나 ‘소중한 음식’이었다.
이제는 먹고 싶을 때면 언제든 해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내가 원하는 재료만 넣는다. 목이버섯이나 고기 대신 팽이버섯과 어묵을 넣는 것이 내 방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기억과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늘 그렇게 만든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킬 때도 예전처럼 눈치 보지 않고 잡채밥을 고른다. 오랜만에 먹으면 느끼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식당마다 맛이 달라서 직접 해 먹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밖에서 먹으면 느끼함이 먼저 느껴져 손수 만든 잡채가 더 입에 맞는다.
잡채는 역시 엄마가 해주신 게 최고였다. 야채를 넉넉히 넣고 면은 알맞게 조절해 느끼하지 않게 만드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그 안에 들어간 시금치는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요즘은 시금치가 비싸 부추를 대신 넣지만, 엄마의 손맛을 따라갈 순 없다.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잡채도 맛있다. 고기를 좋아하셔서 고기를 듬뿍 넣으시는데, 지역 차이 때문인지 두 분의 잡채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고기보다 내가 만든 어묵 잡채를 더 좋아한다. 아마 내가 길러온 입맛일 것이다.
얼마 전 독서 모임이 끝나고 옛날식 짜장면집에 갔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잡채밥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맛본 잡채밥이 꽤 괜찮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단골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요즘은 직접 잡채를 자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반찬가게에서 잡채를 사 와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한번 볶아내곤 한다. 내가 싫어하는 목이버섯이 들어 있더라도 남편과 아이들이 잘 먹어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여전히 친정엄마의 잡채다. 지금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오래 서서 해야 하는 요리를 잘 못하시니, 손이 많이 가는 잡채를 부탁드릴 수도 없다. 그래서 잡채밥이나 비빔국수가 문득 생각날 때면, 엄마의 손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전엔 쉽게 먹을 수 없던 잡채가 이제는 흔한 음식이 되었지만, 내게 잡채는 여전히 ‘엄마의 맛’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