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대 땐 월급날이 다가오면 설레고, 적금을 넣을 수 있다는 생각과 여행, 맛집탐방 계획 등 다양한 기대를 하고 월급날을 기다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통장에 월급은 스치기만 하고 내 수중에 남아 있는 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숨구멍만 남겨져 있다.
어째 월급날이 더 우울한 날이 되어 버렸다.
여기저기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이 쏟아지다 보니 월급에 대한 감흥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고2, 중1이다. 아이들의 식비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집에 없는 날엔 무조건 배달음식이다. 배달음식비로 나가는 식비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걸 보고 한숨이 나왔다. 방학 동안에도 밥을 해놓고 오긴 하지만 배달음식을 먹을 때도 있기 때문에 배달비로 쌓인 금액이 상당했다. 둘째는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노는 걸 너무 좋아한다. 엄마랑 옷을 사러 가기 싫어하고 이제는 친구랑 옷 사러 간다고 돈을 보내달라고 한다. 또 지금은 코인노래방에 빠져서 주말 내내 밖에서 나돌아 다니느라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엄마, 나 친구랑 저녁 먹고 들어갈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뚜뚜뚜~
"몇 시에 들어올 건데"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우리 딸아이는 내 월급으로 준 용돈으로 한탕을 노리면서 친구들과 시내를 배회한다.
반면 큰아이는 집돌이다. 우리 큰아이 아주 독특하고 신변잡기적이다. 난 이 아이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식물과 과일열매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시장에 가면 꽃가게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예 쭈그려 앉아서 이건 얼마예요, 이건 얼마예요 넉살도 좋게 사장님께 물어보고 있다. 그러니 친구들이 생일날 화분과 씨앗. 식물 영양제 등을 선물로 준다.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한 번은 시장에서 무화과나무를 발견한 것이다. 생일 선물로 이걸 사달란다. 크기도 꽤 커서 들고 갈 수 없을 것 같으니 다음에 아빠가 오면 사자고 얘길 해봤지만 자기가 들고 가겠다면서 그 큰 화분을 정말 10분 거리가 조금 넘는 집까지 낑낑 대면서 가지고 갔다. 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행인 건 우리 큰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했더라면 나의 월급은 더 텅텅 비게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저렴한 씨앗과 조그마한 화분 덕분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월급날이 별로 기다려지지 않는 요즘이다. 하루가 지나면 0원이라고 찍혀 있는 나의 텅장.
내일은 무얼 먹어야 하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