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는 몸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살은 사라지고, 시간은 흐르지만, 뼈는 오래 남는다.
마찬가지로 많은 기억이 희미해지지만, 어떤 기억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의 기둥처럼 자리한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면 밤 10시에 끝이 나고 집에 도착하고 또 숙제 등 을 하고 나면 보통 12시가 넘어서 잠을 자곤 했다. 3학년 내내 이렇게 생활을 하다 보니 지칠 때도 지친 나는 "엄마 나 대학 안 가면 안 돼"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는 "배움은 때가 있는 거야, 엄마는 배우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학도 못 갔잖아. 그래서 엄마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았어. 엄마는 네가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네 인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엄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엄마의 한마디로 나는 삶을 흔들릴 때마다 이 기억으로 지탱하면서 살아가곤 한다.
때로는 아픔과 상처로 남아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 공황증상이 같이 와서 살아가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뼈가 삶에 꼭 필요한 동시에 무겁기도 하듯, 기억도 양면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극복하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몸도 변한다.
사람은 떠나도 뼈는 흔적을 남기듯 기억도 삶의 기둥으로 남는다.
결국 우리는 뼈처럼 단단한 기억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그것이 다음 세대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나는 여전히 그 기억 위에 서 있다.
내 기억의 뼈대가, 지금의 나를 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