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해지기
요즘 나는 자주 멈춘다.
누군가에게는 게으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기력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그 멈춤은, 오래도록 나를 몰아세우던 습관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는 연습이다.
나는 나 자신을 항상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조급한 삶을 살아왔다.
난 나의 속도대로 천천히 느긋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런 사람은 능력이 없고 일하는 게
효율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는 분위기이다.
'빨라야 잘 사는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이 강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늘 달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그러다 어느 날. 감정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무너져버렸다.
조금만 실수해도 스스로를 탓했고, 쉬고 있어도 쉬고 있는 나를 못마땅해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왜 나는 나에게 이렇게까지 가혹할까?'
그 질문이 내 삶의 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말을, 처음으로 내 안에서 꺼내보았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고, 피곤한 날에는 스스로에게
"오늘은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었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도착은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나는 이제야 몸으로 이해해 가는 중이다.
이렇게 속도만 내다가 어느 순간 나의 몸과 마음에 탈이 나고 말았다.
번아웃이 너무 심하게 왔다. 그래도 나는 쉬지 못했다.
아무 의미 없이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겨우 일을 해내고 퇴근하고 나면 난 집에 와서
그냥 뻗어 버리곤 했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아니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였을까?
난 그렇게 나를 방치하고 있었다.
남들은 번아웃을 이겨내기 위해 회사를 쉬고 자연과의 만남을 갖고 자기 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방 안에서 잠만 잤다.
나는 거의 밀린 잠을 며칠을 자고 나서야 나의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제부턴 나의 속도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리듬을 찾기 위해서 나는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쉬는 시간을 틈틈이 가졌다.
예전엔 사람들의 부탁에 무조건 알았다고 했지만 이젠 거절할 줄도 알고, 나의 기준을 조금씩 낮추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내 마음이 다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웠다."
지금 나는 나의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느리지만, 나의 것이다."
나는 왜 그동안 남들과 속도를 비교하면서 살았을까?
나의 속도는 어떤 감정과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러웠는지도 생각해 본다.
'천천히 가는 삶'은 나에게 여유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의 속도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속도만을 계속 따라갔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부지런하지 않아도 괜찮고, 때로는 멈춰 서 있어도 된다.
누군가의 달리기를 부러워하지 않고, 내 걸음이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 길을 내가 원하는 속도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나만의 걸음으로 걷는다.
이젠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