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사랑하면서 나를 잃지 않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아침을 연다

by 라라



가족,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내 몸 하나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나보다 항상 아이들이 원하는 게 먼저였다.

먹는 거 입는 거 모두 아이들과 남편이 먼저였다.

가족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던 거 같다.

무조건 가족들만을 위해서 산 삶이 나에겐 커다란 의무이자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한다는 게 어색하고, 이상했다.

내가 뭔가 사치를 하고 있는 것 같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일을 다니다가 육아로 인하여 아이들과 집에서만 지내는 동안 무척이나 육아가 힘이 들다고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회사 안 다녀?"

"안 다니지. 엄마는 집에서 일하잖아."

"근데 왜 돈은 아빠가 벌어?"


그 말에 웃었지만, 가슴 한쪽이 콕 찔렀다.

내가 해온 모든 일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일이었다.

청소, 요리, 빨래, 학원 스케줄 관리, 병원 예약, 교우 관계, 생일 등...

이 모든 걸 누가 하지 않았다면 가족의 하루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남편이 일에 점점 더 집중하면서,

나는 점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갔다.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아내로, 정작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의 나는 조용히 참는 사람이었다.

불편해도, 힘들어도, 서운해도 내색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평온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침묵은 평화가 아니었다. 그건 나를 향한 배신이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건 여전히 변함없다.

하지만 나를 챙기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하루의 끝에서 "오늘 나는 괜찮았는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에 "응, 나도 오늘 잘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에 "응, 나도 오늘 잘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진짜 나의 하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아침을 연다.

이 희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이 삶 안에서 조금은 나를 찾아가려 한다.

지금은 내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조용한 시간엔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여유가 생겼다.

그냥 조용히 '사람'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희생은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나를 위하 여백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랑도 건강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아내이지만,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의 여성이고, 인간이고,

여전히 배우고 자라고 싶은 존재다.


가족 말고, 이젠 나를 잃지 않기로 한다.

그 이름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이제는 기억하려 한다.

결국 가족도, 나도 함께 웃을 수 있으니까.

그 이름 없는 희생에, 다시 '나'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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