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 어른의 그림자 아래"

계획되지 않는 순간

by 라라



우와~~~~~

드디어 해방이다.

자유다. 하면서 설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젠 공부 안 해도 되고 놀러 다니면 땡이다~~ 이렇게 생각한 철없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간 기념으로 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왜냐면 그땐 외박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 시대이기도 했다. 그래도 다들 어렵게 허락받은 외박.


놀러 갈 곳은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지역의 바닷가로 놀러 가기로 하였다.

2박 3일로 예약을 잡고 서로 가져와야 할 물건들을 정해서 가져오기로 약속을 했다.

첫날은 저녁쯤 도착을 해서 물놀이를 하지 못하고 우리가 잡은 민박집에서 처음으로 술과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하였다.


그런데 네 명 친구 중 한 명인 선영이가 뭔가 안절부절못하고 아까부터 불안해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쭈볏쭈볏거리던 선영이는 정말 미안한데

지금 우리 옆방에 자기네 부모님이 와계신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린 처음에 무진장 당황을 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부모님께 허락받은 거 아니었어?라고 물어보니 허락받았는데 아침에 데려다 준다하길래 괜찮다고 했는데도 태워다 주셨다고 했다.

우리 셋은 직행버스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고..






친구 선영이는 외동딸로 7년 만에 출산을 하셨다고 한다.

나름 귀한 딸로 많은 통제 속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래서 더 갑갑해하고 부모님이 하지 말라하면 더 몰래 뭐든지 하였던 친구다.

그런 친구가 이해가 가면서도 그 부모님도 이해가 가질 않을 때도 있었다.

난 그때 아이를 너무 통제를 하면 할수록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하게 되고, 거짓말이 더 늘어가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못하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닌데 당시 부모님들은 그걸 잘 모르시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

얼마 후 선영이 부모님께서는 닭백숙을 해놓으셨다면서 옆방으로 건너오라고 하셨다.

우린 우리가 먹으려 했던 맥주와 고기는 내일 먹기로 하고 옆방으로 넘어갔다.

속으론 좀 짜증이 났지만 더 난처해하고 미안해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우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다들 내향형인 친구들만 모인 자리라 그런지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우린 감사하다고 하면서 닭다리 하나씩 잡고 어색하게 음식을 섭취하였다.

술은 당연히 마시지 못하고 우리에게 콜라를 주셔서 콜라를 열심히 마셔 됐다.

그러곤 우린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방으로 가보겠습니다했는데

이제 너희 뭐 할 거니? 하셨다.


우린 "아직 계획은 없는데 밤바다나 볼까 해요".

누군가 그렇게 말을 한 순간 "위험하니깐 나가지 말고, 노래방에나 데려다줄까?" 하시는 게 아닌가..

우린 아무도 괜찮다고 말을 못 하고 "네"라고 대답을 하고 노래방에 데려다주셔서 노래방엘 갔다.

우리 옆방에 선영이 부모님은 노래방을 따로 잡으시고 우리끼리 노래를 부르는데 이거야 원 너무 불편해서 다들 바늘방석에 앉은 것 마냥 제대로 놀지를 못했다.

각자 얌전히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는 1시간이 다되어서 부모님이 민박집까지 데려다주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니 10시가 넘어있었다.

우린 더 놀고 싶었지만 이젠 씻고 일찍 자라는 선영이 부모님의 말씀에 "네"라고 하였다.






내 친구 선영이는 울면서 짜증이 난다고 우리에게 하소연을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괜찮다고 맛있는 백숙도 먹고 노래방도 갔다 왔으니 재미있었다고 선영이를 달래주었다.

대신 부모님은 내일 가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그럼 남은 하루는 우리끼리 신나게 놀면 되겠네..

"걱정돼서 오셨나 보네".

"한 친구는 넌 답답해서 어떻게 사니" 했다.

우리는 그 친구에게 눈치를 주곤 단단히 째려보았다.


그렇게 선영이 부모님은 가시고 진짜 우리만의 시간이 되었다.

낮에는 튜브를 가지고 신나게 물놀이를 하였다.

모래밭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과일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처음 마시는 맥주여서 우린 금방 헤롱헤롱 해져서는 다들 한숨 잠이 들었다.

너무 따가워서 일어나니 우린 정말 뜨거운 햇볕아래 장렬하게 누워있던 게 아닌가. 빨갛게 그을려서...

며칠 따갑고 껍질이 벗겨져서 고생을 하였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그날 저녁 우린 방에 들어와서 각자 샤워를 마치고, 방 안에 앉아서 맥주와 고기를 구워서는 맛난 저녁식사를 하면서 선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선영이는 엄마 아빠가 자꾸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더 하고 싶어서 몰래 하기도 했고, 다니기 싫은 학원도 억지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한 여행은 되지 못했지만, 그동안 겪었을 선영이의 맘고생이 마음이 아팠다. 선영이 부모님은 선영이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사랑하셔서 표현을 그런 식으로 하신 것 같다. 처음 온 우리끼리의 여행이어서 기대가 많았지만 더 서프라이즈 한 경험을 한 거 같다.

선영이가 계속 불편해하니 우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여행은 다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선영이 부모님이 계셔서 불편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또한 우리가 함께 웃으며 넘길 수 있었기에 더 끈끈해진 우정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은 결국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받아들이는 법을 조금 배운 것 같다. 처음엔 당황하고 불편했지만, 결국 그 상황 속에서도 재미를 찾아낼 수 있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여행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선영이가 속상해할 때 곁에서 함께 해 줄 수 있어서, 여행이라는 게 단지 즐겁기만 한 경험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함께 웃고, 때로는 울고, 위로해 주는 그 과정이 진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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