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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pr 07. 2020

삶 15

황혼


발동동 구르며 토끼와도 같이

땀 뻘뻘 흘리는 거북이처럼  

인생을 경주하듯이 그렇게 살았구나.


지는 해가 아쉬워 기린 닮아 보려

목을 쭉 빼고 한참을 바라본다

.

내 마음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지려하는

서쪽 해가 고맙다.


다리 밑에선 오리들이 날갯짓한다.

쉼 없던 발놀림을 잠시 멈추고,

쉬고 싶은지

돌 위에 앉아서 나를 쳐다본다.


수면 위에  한가로운 모습과

수면 밑에서 바삐 움직이는 다리 짓이

뽁짝 대는 내 마음을 닮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외줄 타기 인생이었다.

조심조심 아슬아슬 잘도 살았다.


가만히 있다가도 잡으려 하면

줄행랑치는 사랑처럼,

잡으려 한들 잡이겠는가.


몇 개의 산을 넘어

서쪽 해는 꼴까닥 지고 말겠지!





황혼 앞에서 눈을 감고 머무르니

지는 해가 아쉽다는 것은

살아보고야 알았다.


비장하게 살아온 세월이

붉은 태양만큼이나 뜨겁기도 했고,

따뜻하기도 했다.


턱 앞에 서있는 황혼은

주름살과 흰머리  변했지만 

영원히 희여지지 않은 어린아이의 마음은

내 엄마도 그러셨고 나 역시 그렇다.


후생에 부끄럽지 않기를


"어디서 왔어요"하고 말 못 하고 태어나서

"어디로 갑니다"라고 밝히지 않고 

가야 하는 길이기에 

후생에 부끄럽지 않기를 

마음먹고 살아갈 뿐이다.

 


2020년 4월 7일 장날. 매화꽃은 어제 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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