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발동동 구르며 토끼와도 같이
땀 뻘뻘 흘리는 거북이처럼
인생을 경주하듯이 그렇게 살았구나.
지는 해가 아쉬워 기린 닮아 보려
목을 쭉 빼고 한참을 바라본다
.
내 마음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지려하는
서쪽 해가 고맙다.
다리 밑에선 오리들이 날갯짓한다.
쉼 없던 발놀림을 잠시 멈추고,
쉬고 싶은지
돌 위에 앉아서 나를 쳐다본다.
수면 위에 한가로운 모습과
수면 밑에서 바삐 움직이는 다리 짓이
뽁짝 대는 내 마음을 닮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외줄 타기 인생이었다.
조심조심 아슬아슬 잘도 살았다.
가만히 있다가도 잡으려 하면
줄행랑치는 사랑처럼,
잡으려 한들 잡이겠는가.
몇 개의 산을 넘어
서쪽 해는 꼴까닥 지고 말겠지!
황혼 앞에서 눈을 감고 머무르니
지는 해가 아쉽다는 것은
살아보고야 알았다.
비장하게 살아온 세월이
붉은 태양만큼이나 뜨겁기도 했고,
따뜻하기도 했다.
턱 앞에 서있는 황혼은
주름살과 흰머리 칼라로 변했지만
영원히 희여지지 않은 어린아이의 마음은
내 엄마도 그러셨고 나 역시 그렇다.
"어디서 왔어요"하고 말 못 하고 태어나서
"어디로 갑니다"라고 밝히지 않고
가야 하는 길이기에
후생에 부끄럽지 않기를
마음먹고 살아갈 뿐이다.
2020년 4월 7일 장날. 매화꽃은 어제 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