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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pr 10. 2020

알아차림 10

누구를 위한 변호

 변호란 국어사전에 <남의 이익을 위해서 변명하고 감싸서 도와줌>이라고 적혀있다. 살면서 누구를 위해 변호를 해봤고 누구의 변호를 받아서 내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는가! 내가 한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를 위해서 도와주었던 일들은 아마도 잊지 못한 채 간직하고 살 것이다. 나는 그렇다.


내 기억 속.

15년 전쯤일 거다. 타로카드를 공부하면서 카드에 나오는 별자리가 궁금했다. 큰마음먹고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1박 2일 워크숍에 참석했다. 12개의 별자리를 영어로 이야기하고 영어로 묻고, 그냥 양자리 하면 좋겠는데 Aries라고 해야 하고 반은 영어, 반은 한국어. 영어로 질문을 해야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가뜩이나 영어 울렁증이 있는 데다가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12개 별자리를 영어로 외우느라 진땀을 뺐다. 외국에서 공부한 강사는 나에게는 힘겨운 인물이었다. 노트에 적은 것은 한가득인데 뭔 말인지 잘 모르겠고 급한 마음에 용기 내어 질문을 하나 했다. 배우는 것과 동 떨어진 질문이었던 것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타로 카드에 나오는 별자리가 궁금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나이는 제일 많고 애쓰던 모습을 지켜본 옆자리 앉았던 분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서먹하고 물을 끼얹은듯한 고요함에서 나를 건져줬다."선생님 너무 열심히 하셔서 과부하가 오셨어요"하면서 공개적으로 얘기해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어색한 순간을 모면했다. 마음은 바쁘고 배우고는 가야 하기에 내 딴에는 머리가 엉킨 상태였다. 생면부지 처음 만난 사람, 얼굴은 희미하나 그 말은 지금도 생생해서 "참 따뜻한 사람이었구나"하고 기억한다.


딸아이 기억 속.

딸아이 대학생 시절 종강파티를 하는 곳에서 술을 한잔하더니 허심탄회하는 척하면서 한 여학생이  슬쩍 딸아이 흉을 보았다. 진실을 왜곡하는 얘기였다. 한 사람이 그러니 주위에 언니들이 동감하면서 맞장구를 쳤고, 머쓱해진 딸은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반대편의 앉아있던  8살 나이 많은 오빠가 "너 그런 애 아니잖아! 왜 가만있어."하고 얘기를 해주었다. 떠들던 이들은 아무 말 못 하고 조용해졌고, 하마터면 바보 되기 십상인 상황이었다. 세월이 5년이 흘렸지만 딸아이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가끔씩 이야기하며 한다.



살면서 말로 받은 상처는 칼로 베인 것보다 오래간다. 무조건 내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현명하게 나를 변호해 준 기억 역시  잊을 수가 없다. 무어라 보답할 수없을 만큼 살아가는데 큰 힘과 고마움으로 남아있다. 변호해 준 이들에게 하늘에 다다르는 감사와 축복을 기원한다.


2020년 4월 10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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