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형제 자식 8

아버지 변호

by 가람생각



아버지가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아버지는

두 가지 특색이 몸에 배어있었다.


한 가지는

어색하실 때마다"에~또"라는

추임새를 쓰는 바람에

본인은 웃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간혹 뒤돌아 웃었고

가족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또 한 가지는

뜨끈한 믹스커피를 마실 때

나는 소리였는데

커피잔이 입술에 다다르면

마시기 전에 마치 '후루룩'소리처럼

입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소리를 내셨다.


순수하셨던 아버지는

70세를 넘기지 못하고

69세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내 나이 31세쯤일 거다


막내인 나는 어려서 이 말 저 말할

군번이 아니었지만

머리가 굵어진 오빠 언니들은

아버지의 "에~또"와 '후루룩'소리에

그만하시라 목소리 높였고

아버지는 전전 긍긍하면서도

어김없이 말 앞에는"에~또"를 쓰셨다


"에~또"는 답답했고,

'후루룩'소리는 지저분하고

점잖지 않은 소리로 느껴졌다.


큰언니 상견례 날이었을 거다

내 나이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엄마는 대문 앞에 서서 흰색 장갑을

손가락 사이사이에 꼭 맞게 끼시며

고운 한복 차려입으셨다.

아버지 얼굴을 쳐다보며

"에~또 좀 빼고 커피 먹을 때 알지요?"라고.

하지만 긴장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작은 키에 통통한 얼굴,

배둘레가 상당히 넓어 그 시대 인격과 비례한다면

높은 인격에 소유자셨다

엄마는 막내딸인 나를 데리고

서대문 영천시장을 자주 가셨는데

사이즈가 큰 허리띠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 가게 저가게로 들어가 물어봐야 했다.

"벨트 큰 거 있어요?"라고.


세월이 흘러서 내가 결혼하던 날

흰머리 휘날리니 주례를 보시냐고

인사를 받으셨고

멋진 쌍꺼풀과 숱 많은 눈썹은 그대로였으나

한쪽눈은 아쉽게도 백내장 수술용 안경으로

눈동자가 커져 보여 인물에 마이너스가 되었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

캔터키치킨이 한국에 들어왔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가게 앞에

통통하고 귀여운 켄터키 할아버지 한분에 서 계셨다

포근했던 아버지와 너무 닮아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고

다음에는 치킨을 사지 않더라고

켄터키 할아버지의 어깨와 다리를 슬쩍슬쩍 만지고 왔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켄터키 치킨가게는

꽤 오래 있었는데 섭섭하게도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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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에~또"라는 추임새로 말을 끌며

상대방을 이해하셨고,

"후루룩" 소리는

뜨끈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달달한 믹스커피를 타주시던

엄마에게 맛나게 타줘서

고맙고 좋다는 인사의 소리였다


고쳐지기 힘들었던 아버지의 습관으로

가족은 웃기도 하고 가부장적인 그 시대에

아버지에게 들이댈 수 있었던 자식들의

무기이기도 했다.



"아버지

나도 자식과 남편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한 번씩 써먹을까 합니다

써먹을 일이 많거든요

쓸 생각을 하니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



2024년 12월 28일 토요일

바람이 많이 붑니다

아버지 나이가 되고 나서야

막내딸이 아버지를 변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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