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로 살아가기 14

여름을 보내고 겨울에 만납니다.

by 가람생각

눈발이 '살살' 날리는 크리스마스이브날에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다 보며

하느님께 물어봤습니다

"어찌 이리 시간이 빨리 갑니까"? 하고.


무슨 정신에 여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4계절을 다 느끼고 살 수는 없지만

12월이 돼서야 흰머리 이야기를 합니다



2019년 12월부터 흰머리로 살아가니

5년을 꽉 채웠습니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머리숱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10월 즈음 가을에 낙엽 떨어지듯이

염색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빠졌습니다

더운 여름 나기가 힘들었던 것 이외에는

먹는 것도 비슷했는데 말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올해 봄부터 얼굴에 열이 많이 납니다

나이 지긋한 내과 선생님께서는

70세가 돼서도 갱년기를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갱년기 증상은 특별히 경험하지 못하고

스므스하게 지나왔기에

이것이 그 증상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두피도 손을 대보면 뜨끈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음식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으니

단백질도 부족하겠지요

빠지고 나니 "있을 때 잘하지"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앞머리 휑했던 곳은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비슷해지려 하고

젊었을 때 흰머리가 올라오면

마구잡이로 뽑았던

정수리 부분이 다시 휑해졌습니다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에 가면

영락없이 주인장은 알아차립니다

몇 가닥이 줄었나 세심히 설명할 수 없으나

줄었습니다


계란을 챙겨 먹고,

좋아하는 커피우유는 줄여가며

얼굴에 열을 식히려고

더운물과 찬물을 번갈아 사용합니다


긴장 속에 살아가는 삶은

나이가 들수록 가꾸지 않으면

더 티가 납니다

게으름이 지속된다면

눈에 띄게 초췌함으로 보입니다


세월은 '슬쩍슬쩍 야금야금' 흘러가니

좀처럼 느끼고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감기 몸살을 앓고 난 후에는

조끔 씩 늙어감을 느낍니다

쭉 빠진 볼살이 며칠 전과는 많이 다르고

회복도 점점 느려집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외출할 때는 목도리를 '칭칭'두르고

겉옷은 두둑하게 입습니다

시베리아 벌판을 걷는 사람의 복장을 하고

나갑니다

비타민C는 보약처럼 챙겨 먹고

60세가 넘어서는 독감 백신을 꼭 맞습니다


동지가 지났으니 봄은 오고 있습니다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쑥처럼

빠진 곳에 머리카락도 올라오겠지요

노력은 "늘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라고 믿습니다

솜털이지만 10월보다는 12월에 조금 더 올라오고

빠지기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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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어릴 적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날씨가 생각납니다

손등이 터서 달달한 글리세린을 발랐지요

그 추위에 비하면 덜 춥습니다.

지나고 보니 마음도 많이 추웠던 거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따뜻한 연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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