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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y 13. 2020

타로카드 6

여왕답게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풍요롭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바다의 날까지 날이란 날이 모두 모여있다. 1년 중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가정에서 엄마는 평생 여왕이다. 여왕님은 품어주고 양육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릴 적 학교를 갔다 오면 대문에서 엄마를 먼저 불렀다. 엄마의 표정을 살폈고 엄마의 목소리로 집안 분위기를 감지했다. 아프다고 드러누워있는 엄마를 보면 내 기분까지 우중충해졌다. 입을 닫고 조용히 있어야 했다.


젊어서 아이들을 키우며 여왕보다는 하녀에 마음이 많았으리라. 하루 종일 가사 노동이 힘에 겨웠고 해보지 않았던 엄마라는 이름으로 무슨 여왕의 기분을 느꼈겠는가! 챙겨야 할 것이 많은 5월이 싫어졌다. 자식을 위해서 산다고 하면서도 내가 여왕의 마음이 아니었으니 자식들도 왕자나 공주의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여왕은 조금 더 힘을 내야 하는 존재였다. 칭송받아 마땅한 여왕이니까.


할머니가 되니 자식들에게 못해주었던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손주가 밥을 흘리고 먹어도 예쁘고 책을 흩으러 놓아도 예쁘다. 울어도 야단은커녕 뭐가 불편한가 유심히 보게 된다. 한쪽 마음에서는  내 새끼들의 성장 모습이 어른거린다. 자식들에게 언제 써먹을라고 사랑을 아꼈나 모르겠다.


가정의 여왕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과 데메테르 여신처럼 사랑과 넉넉함으로 그리고 화사한 계절 5월처럼 그 몫을 해내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어른이 되려니 오월에 마음 쓸 것이 많지? 애쓴다."하고 어버이 날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2020년 5월 13일 바람이 많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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