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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y 21. 2020

나 20

63세에 만나는 데미안


 저녁밥을 먹고 지압 봉을 오른손에 들고서 걸으러 나간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것은 얼굴이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지압 봉으로 어깨를 딱딱 두드리며 걷는다. 머릿속에선 데미안과 씨름을 하느라 바쁘다.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데미안을 도서관에서 책으로 만났다. 며칠째 데미안이 떠나지 않아 어째야 하나! 마음이 힘들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의 첫 구절이다. 이 나이가 되었지만 데미안과 맞닥뜨리기는 어렵고 복잡하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막았던 나 자신과 꾹꾹 누르며 살아온 세월들이 건드려져서 눈물이 그냥 흐른다.


 나이 60이 넘어 만나는 데미안은 가슴도 몸도 벅차다.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철학적인 물음에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과제지만 청춘에 만나지 못한 데미안이 찾아와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용을 쓴다.



2020년 5월 21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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