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는다."네 맘에 들어?"
마음속에는 세모 네모가 있으면서 두리뭉실 동그라미로 살아야 했다. 이런 것이 사회생활이고 더불어 잘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육십 나이에 제일 화가 나고 후회스러운 것은 나답지 못하게 말하고 나답지 못하게 행동한 것들이다. 지금이라도 내 맘에 드는 말과 행동을 하고 사는 것이 나머지 인생을 잘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항상 주의를 집중해서 살아가는 어렵다. 그래서 요즈음 매 순간 나에게 먼저 물어보려고 연습한다."지금 하고 있는 것이 네 맘에 드니?"하고 말이다.
1. 늦은 저녁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 아저씨가 재활용품을 뒤진다. 지켜보고 있는 시간이 꽤 지나갔는데 된장 뚝배기 그릇 두 개와 소주병 하나를 자전거 박스에 넣는다.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고 체격은 왜소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워 보인다.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싶어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고 서있니?"라고 나에게 물었다. 걸을 때 물 사 먹으려고 넣어둔 바지 주머니에 있는 오천 원을 드렸다.
2. 안면이 있는 옷 가게 들렀다. 주인아주머니가 손님하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에고 잘 못 들어왔다 싶어 나가려 하니 옷을 열두 벌 입어보고 9800원짜리 티셔츠 한 장 사 간다면서 동조를 원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지금 넌 무엇을 하고 싶니?"하고 나에게 물었다. 그냥 들어주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3. 코로나 19로 마스크 갈등이 종종 있다. 마스크를 안 쓰면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를 남편의 사업장에 붙이고 돌려보내는 이들이 마음 쓰였다. 나 역시 어떨 때는 마스크를 안 쓰고 밖을 나갔다가 사기도 그렇고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라고 나에게 물었다. 구해놓은 몇 장을 마스크를 준비하여 서로 얼굴 붉어지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4. 투병 중인 고등학교 동창생 있다. 유일하게 연락이 되었지만 뇌 관련 병이라 통화도 자주 할 수 없다. 핑크색 스카프를 하나 사면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지금 네 마음이 무엇을 하고 싶니? 나에게 물었다. 스카프 두 장을 친구에게 보냈다.
5. 말을 섞고 싶은 않는 이들이 있고 억지로 라도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니?"나에게 묻는다. 침묵과 단답형으로.
2020년 5월 22일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