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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24. 2020

인연 8

다시 만난 안경점 K총각


안경 수리가 다 됐다는 문자가 와있다. 일주일쯤 걸리던 안경 수리를 4일 후로 했으니 바삐  한 것임이 분명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인장의 둔탁하지 않은 마음이 전달되었다. 나흘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화가 났던 마음보다는  무슨 오지랖인지 주인장과 총각이 물어내야 할 렌즈 값이 걱정됐다.


렌즈 값은 38만 원. 이것도 주인장이 50만 원인데 깎아서 해주었다. 렌즈 아래쪽은 돋보기가 있어서 압축을 하지 않으면 눈이 왕방울처럼 보인다. 세 번 압축을 하여 되도록이면 다초점 티가 나지 않게  쓰는  것이 최상이다.


편치 않은 마음은 안경점에 도착할 때까지 흐릿하며 뿌옇게 정리되지 않았다. 걸어서 30분 가야 하는데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눈을 쳐다보나 그냥 안경만 받고 나와야지.  생각들은 북 치고 장구 치며 야단법석이다.  안경 점에 도착했다. 유리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에  습관처럼 인사를 한다."오셨어요"하고. 나를 쳐다보는 불안 한 눈빛의 K 총각은 손님과 이야기를 하며 안경을 닦고 있었다. 보는 순간 생각이 정리됐다.  어른이니까 그리고 나답게 이야기해야겠다고.


10분만 k 총각과 얘기하고 싶다고 주인장에게  말을 하고 직원들이 식사도 하며 쉬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눈빛이 맘에 들지 않았던 k 총각이 뒤따라 들어오며  연한 목소리로  죄송하다면서 앉는다. 며칠 동안 마음이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니 괜찮다고 말한다. 궁금한 것은 어찌 뜨거운 히터에 안경을 넣었냐고 물으니 몇 번 이 방법을 해봤는데 그동안 운이 좋았는지 별 탈이 없었단다. 이런 방법이 안경사 교과서에 나와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2년 전에 실수도 이해했으니까 이번에 다시 왔지요.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또다시 좋지 않은 일로 마주하게 돼서 속상하네요. 어찌 됐던 주인장이 안경에 뭘 했어?라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안 했다고 솔직하지 못한 부분은 당황이 돼서 그랬다고 이해할게요. 주인장과 잘 얘기해서  지역에서 좋은 일도 하고 멋진 안경사가 되길 바라요". 부모의 마음도 있고 선생의 마음도 있었지만 일장 연설이 될까 봐 5분 정도 내 마음을 전달하고 멈추었다. 머리 숙이고 꼼지락대는 k 총각의 꺼칠꺼칠한 손가락과 손톱이 보인다.


주인장이 건네는 안경을 받아쓰니 세상이 밝아 보인다. 마음이 편해졌나 보다. 하지만 오래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다. 주인장이 문밖으로 쫓아 나오며  어제저녁에 술을 마셨다면서  머리를 긁적인. 지나가는 이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새로운 직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한다. 정비공을 했던 k 총각과 만남의 7년을 띄엄띄엄 설명한다. 실수가 너무 많고 장사꾼처럼 안경을 팔려해서 죽겠다며  거기다 거짓말까지 하니 용서할 수가 있겠냐고 말이다. 안경사라는 직업이  맞는  같다면서 주인장도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정리하는 듯했다. 얼추 들어주고, 렌즈 값은 어떻게 처리했냐고 물었다. 렌즈 회사에 사실대로 얘기해서 도움을 받았다며 걱정하지 말란다. 연말에 렌즈 할인 쿠폰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며 슬리퍼를 신은 발소리가 터덜터덜거리며 안경점으로 들어간다.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나누고 싶은 모양이다. 여리고 홀쭉한 주인장 뒷모습도 짠하다.






2020년 11월 24일.

k 총각이 선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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