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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Dec 18. 2020

부모 형제 자식 6

 손주를 보면 어릴 적 아들이 보인다.

 손주를 보면  일렁이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데도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야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며 하다가도 쑥스러우면 좋아한다고 바꾸며 야단이다. 영상통화를 하면 손주 옆으로 슬쩍슬쩍 지나가는 아들이 눈에 들어온다.  손주처럼 고만한 나이의 아들 모습이 손주와 함께 아련한 실루엣으로 통화를 마친 후에도 내 마음에 머물러있다. 어찌 그리도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한 건지, 안 한 건지. 아끼면 똥 되는 것인데 세상살이 힘들다고 어지간히 아끼고 살아왔다.


할머니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늙기를 원하겠는가! 할머니란 이름표는 달고 싶다고 다는 것도 아니고 달고 싶지 않다고  안달 수도 없는 것이다. 손주가 없는 친구 계영이는  할머니란 소리가 왠지 징그럽단다. 환갑이 지난지도 2 되었으니  할머니가 당연할 만도 하건만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이라서 그런가 보다. 너나 나나  늙은  모르고  멋에 다보니 여기까지 오긴 왔다.


생소한 할머니란 이름표를 20개월 달고 나니  오래된 청바지처럼 내 몸에 맞혀져 간다. 자식 키울 때 주지 못했던 찌릿찌릿한 사랑도 생겼다. 내 자식에게는  왜 이리 예쁘다고 말을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데  합리화하자면  이 찌릿한 사랑은 손주만이 받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늙어가면서도 성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갑자기 나타난 손주 덕분에  또 다른 내리사랑을 배웠고 그토록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손주가  말문 트이듯 나 또한 조금씩 트이고 있다.




아들과 딸아.  어찌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지. 공간을 초월하는 엄마 사랑은 오늘도  너희들 있는 곳에  들락날락하느라 무진장 바쁘단다. 내일은 많이 춥다 하니 핫팩을 한 아름  사랑 바구니에 담아 가려고 해. 엄마를 생각하며 온기를 느끼라고.


2020년 12월 18일 눈이 올 듯 말 듯 회색빛 하늘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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