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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ug 18. 2021

삶 19

유난히 힘든 날에는 버티는 용기


기대하는 만큼 살아지지는 않더라. 이쯤 살아 봤으니 하면서 만만히 봤다가는 코가 깨지는 것도 여전하더라.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마음도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같은  알았는데 갑자기 쏟아내는 소나기 같은 분노도 있더라. 7월에 붉은 저녁노을처럼 끝까지 아름답고 싶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설렘도 남아있더라.


유난히 힘겨운 날이 있다. 믹스커피를 먹고 또 먹어도 허우적거린다. 뒷골목에 새로 이사 온 택시 기사는 일도 안 하는지 수시로 우리 집 대문 앞에 차를 세워놓는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기를 몇 달 지났다. 오늘따라 가슴에서 올라오는 도덕적 잣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담배를 물고 있는 기사에게 예의를 갖추고 얘기를 시작했으나 결국 노여움만 더해져서 법대로 하라는 끝맺음으로 눈을 째리며 일단락되었다.


하루 종일 감기약을 먹은 것처럼 몽롱하고 힘이 없다. 누가 이런 갈등을 하고 싶겠나! 어쨌든 저 쨌든 또 부딪치고 살아봐야 한다.


저녁으로 강변길은 아직 모기가 있다. 반바지를 입으니 몇 방 물려가며 매일 기다리는 다리 밑에 있는 고양이에게 사료도 주고 걷기를 한다. 걸으니 걸어진다.



걷다가 철봉에 매달려보았다. 1초도 못하겠더니 슬슬 손바닥에 굳은살이 살짝 잡히고 이제는 20초 정도 매달려있는다. 그래 그저 이렇게 끝까지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오기가 아니라 스스로 견뎌 내야 한다. 크든 작든  상처도 받아 가며, 사료를 주니 쓰윽 비벼주는 고양이에게 위로받으며 말이다.



2021년 8월 18일 소나기가 몇 차례 지나갔다. 내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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