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3월인데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크리스마스 날에 내려주었다면 환호하면서
맞이했겠지만
봄 앞에 내린 눈은 생뚱맞은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하얀 눈 같은 흰머리카락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고집스러운 노인네로 보이나 보다.
2019년 12월에 귀밑 1센티 단발머리로 자르고,
2020년에 1월에는 미술 선생님 같은
빨간색 빵떡모자로 감추면서
올라오는 흰머리와 사투를 버리기 시작했다
염색을 할 때는 그렇게도 부지런히 올라오던 흰 머리카락은
기르려고 마음먹으니 신기하게도 안 올라왔다.
6개월이면 대충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림 반 푼어치 없는 착각이었다.
한 달에 1센티씩 정확히 자라서
2년은 지나야 짧은 단발에 가까워졌다.
거울에 가까이 밀착해서
눈이 빠지게 올라오는 흰머리를 체크하며
늙어가는 내 모습과 맞닥뜨려야 하니
이것이 힘들었다.
눈이 와도 봄은 오듯이
쪼금씩 자라는 머리카락은
두 번 사계절을 지나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6년째 되는 지금은
오히려 늙어 보임에 익숙해지니
세상도 너그러워진다.
아쉬움이 있다면 염색을 너무 자주 하고
오래 했더니 앞머리가 많이 빠졌다.
염색을 멈추면 돌아오려니 했는데
다 돌아오진 않는다.
염색을 하고 있는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염색을 한다면
두 달에 한 번씩으로
두피를 아껴주며 했으면 한다.
머리카락은 있을 때 아껴야 한다.
올라오는 흰머리를 용기 내어 길러보아도 좋다.
어쩌면 그 나름의 멋이 있고,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염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맛보지 못했던 해방감도 느낄 수 있다.
멋이라 생각하면 멋이요, 특이하다고 마음먹으면 멋쟁이도 될 수 있다.
2025년 3월 5일 수요일
내린 눈들이 이틀이 지났는데도 쌓여있다
머무른 겨울이 흐르지 않은 시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