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람생각 Nov 18. 2019

가을 2

서덜탕은 은행잎 사진과 바꿨다.

 



은행 밟을까  뒤꿈치 들고 살살 피해서 걸었던 은행나무의 은행잎들이 비가 내리고 나니 바람이 어디론가  휩 쓸고 데리고 가려 한다. 숨을 쉴 때마다 칼칼한 매운탕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뒷집에 외지에 있는 자식들이 오려나? 어쨌든 매운탕 끓이는 냄새가 솔솔 들어온다. 창문 열어 뒷집도 한번 기웃거리고  쓸려가는 은행잎 한 장 찍으러 뛰어내려간다. 몇 장을 찍자니 뒤에서 "뭘 찍으세요?"한다.  어 안녕하세요" 이웃과 나누는 인사는 세월이 너무 빨라서 어쩌냐고 넋두리로 시작해 넋두리로 끝난다. "하루는 잘 모르고 지나가는데 일주일은 너무 빨리 가요. 벌써 월요일이잖아요" 그렇다. 하루든 일주일이든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오래 본 얼굴은 여전하지만 어떤 것이든 여전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예쁜 사진 고르면서 3층 계단을 평지 걷듯 가뿐히 올라온다. 대문을 여니 여전히 매운탕 냄새가 맛있게 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저장한다. 열어놓은 창문에서 바람도 햇볕도 딱 깊은 가을이다. 창문 옆에 달려있는 시계가 점심 준비를 하란다. 



 어머나!!! 내가 한솥 앉혀놓은 서덜탕!!! 점심과 저녁에 먹으려고 끓이고 있는 서덜탕 냄새가 뒷집이 아니고 내가 끓이고 있는 거다. 어찌 이리도 새까맣게 잊을 수가! 창문 열고 은행잎 보느라 정신 팔려 강시처럼  뛰어나가서 떨어진 은행잎 사진 찍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세상에나! 약한 불로 끓였으니 망정이지, 국물이 하나도 없이 냄비에 무와 뼈들이 달라붙어있다. 창문을 열어놨으니 환기가 되면서 뒷집 타령만 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있다. 점심에 서덜탕은 날아갔다. 저녁까지 글 쓰려고 많이도 끓였건만. 어쩌냐고 글과 얘기한다. 그래도 떨어진 은행잎을 바라보며 나눌 수 있는 감성이 아직 나에게 있다. 그걸로 족하다고 위로해본다. 

 점심 먹으러 올라오는 남편의 목소리 "매운탕 끓였어?"  서덜탕은 은행잎 사진과 바꿨다.



2019년 11월 18일 바람이 많이 분다.





작가의 이전글 부부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