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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19. 2019

부부 2

 호젓하다

산책길에 가을은 호젓하다.

밤나무 상수리나무는

가을 옷을 입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등불이 없는

숲속 도서관에 

드러누운 책들을 일으켜 세우고

비가 내린 흙들은 스펀지처럼 

물렁하다.


산책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별도 달도 따다 줄게"

달콤하고 닭살 돋는 멘트가

듣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남편에게 이 말은 못할망정

떨어진 도토리라도 주워 달라고 했다.

산속 다람쥐가 먹어야 할 양식에

손을 대고 말았다.


떨어진 벌레 먹은 도토리에 정신 팔려

땅만 보고 배가 쑥 꺼지게 걸었다.


국어사전에 '호젓하다'라는

'후미져서 무서움을 느낄 만큼 고요하다.

매우 홀가분하며 쓸쓸하고 외롭다'이다. 


고요하고 홀가분할때

도토리 양식 반납하러 

따로 또 같이 다시 오리라!

오늘은 추억 속에 쓸쓸함을

데리고 왔다.


2019년 10월 05일 토요일

흐리고 거칠게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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