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놀이
치열한 바다 밑에 생존과는 다르지만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 우리는 혼자 걷고 어디론가 자꾸 가려한다. 아들은 어릴 적 뜨거운 프라이팬을 모르고 잡아 손바닥이 모두가 부풀어 올랐다. 뛰어가다 정지 못해 벽돌에 얼굴을 갈긴 적도 있다. 배움과 성장의 과정은 치열하고 혹독하다. 그렇다고 뭔가 알 것 같은 이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남편과의 싸움도 여전하다. 생명의 지장은 없지만 성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영양가 없는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티격태격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옷을 입고 따뜻한 밥 먹고 기운을 싸우는데 뺀다. 어리석은 짓은 자존심이다.
며칠 전 남편이 피똥을 쌌다. 변비라 생각했는데 변기 속 물이 뻘건 것을 보고 기절초풍 앞이 안 보였다. 그러지 않아도 형제들이 올해 병 소식을 전해와서 놀랄 일이 많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던 일 멈추고 병원으로 달려가 장 내시경을 했다. 속 치질이 있어서 그렇단다.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벌벌 떨던 순간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용서되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간사하기도 하고 얼마 동안은 싸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자존심 놀이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배움과 성장은 계속된다.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