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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27. 2019

보이는 것 2

 육감(보고 듣고 만지고 맡고 맛보고 그리고)


 손바닥을 "딱"치면서 "까꿍"하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부스스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손주의 사진을  쳐다보며, 보기 드문 미소로 웃는다. 까치소리가 "까악 까악" 요란하다. 얼른 창문을 열고 찾으려 하니 없다. 남편은 "저어 쪽 담 위를 봐"라고 말한다. 오! 덩치가 큰 까치가 앉아있다. 폰을 꺼내는 순간 날아간다. 


 "절에 한번 갔으면 좋겠다. 새소리도 듣고, " 혼잣말을 했다. 남편은 "절에 갈 필요 없어. 우리 집에 절이야. 여름 내내 풀떼기만 주더니 이제는 매일 김만 주네."라고 말한다. 피똥 싼 남편을 위해 아침에 사과를 깎는다. 속 치질이라서 피똥의 원인을 알게 된 지금은 웃는다.  건강 생각해서 과일을 사 오라 했더니 이것저것 차례상 올릴 만큼 사와 한마디 하고 싶어 입이 근지러운데 참고 있었다. 잔뜩 사 온 과일을 보면 딸아이가 생각난다. 장가간 아들도 생각나지만 그래도 며느리가 있으니 혼자 공부하는 딸아이가 더 마음이 쓰인다. 내 입보다는 자식 입이 더 귀하다. 사과 한쪽 입에 무니 사각거린다. 남편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  반시감이 생각났다. 현관 밖 박스에 있는 감을 꺼내려 현관문을 여니 찬 공기가 온기 속으로 쑥 들어온다. 이상하게 생긴 감 하나를 남편에게 보여줬다. "이거 당신 똥꼬 닮았어. 삐죽 뭐가 나왔네"하고 말하니 " 뭐? 에이 이 사람이"하고 남편은 방으로 들어간다.  손주 사진 보며 "할아버지 돈 벌러 간다" 하며 나간다. 반시감으로 툴툴대는 남편과 퉁쳤다. 웃음이 나와 손주 사진을 어루만진다. 며칠 전에 만났던 통통한 발등과 머리 냄새가 생각나 호흡을 크게 쉬어본다.


 야채를 사러 나가니 나뭇가지 사이들이 많이 벌어져 마른 줄기로 서있다. 까치가 날아간다. 까치는 아침에 기쁜 소식을 알려주려고 입도 크게 벌리고 날갯짓도 했구나! 오후에 전화가 왔다. "독후감 수상하셨어요. 축하합니다"라고. 



2019년 11월 27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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