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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28. 2019

삶 5

 기대

  



 먹먹하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훗날 세상에 홀로 남겨진듯한 쓸쓸함이 찾아올 것은 인지상정이거늘 이조차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부모의 인지상정이다. 행어나 세월이 헛되이 가버려 남겨진 자손들이 이불 쓰고 드러누워 있던 나처럼 세상의 덧없음에 한탄하며 다시 올봄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손톱 밑 작은 가시랭이 하나가  온몸을 다 쑤시는 듯한 착각으로 살지 않기를 내 유전자를 닮은 자손이나 다른 유전자를 닮은 자손에게 일러둔다. 자손들이여! 가뭄 끝에는 분명히 비는 오고 찬란한 태양도 기다리면 뜰 것이다. 추운 마음 또한 녹여줄 봄은 아는 채 모르는 채 올 것이며, 풀리지 않는 숙제는 그냥 놓아두고 자고 나면 신기하게 풀릴 수도 있다. 작은 괴로움을 크게 부풀리지 말고, 조그만 가슴앓이를 오래 머물게 하지 말며, 갈팡질팡하는 마음 역시 너답게 찾아보거라. 나답지 못해 미로 속에 갇혔던 내가 가장 후회하는 단어란다. 세상에 가장 힘이 센 자는 하늘과 나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요, 너답게 사는 것이 스스로 흔들려도 누가 흔든다 해도 또 너답게 살면 된다. 무한대 사랑을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가슴이 시리다는 진한 여운의 말을 남기고 이만 총총. 



2019년 11월 28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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