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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Dec 04. 2019

부모 형제 자식 3

일관성








"오빠 머리 좀 어떻게 해봐. 정말 죽겠어!" 성화를 대는 내 앙칼진 목소리는 정말 오빠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였다. 돌아가신 작은 오빠는 20대부터 김무스 머리를 했다. 포마드인지 동백기름에 풀을 섞었는지 "바람에 날리는 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오빠의 평생 지론이었다. "장가는 다 갔어. 저 머리를 해가지고는. 쯧쯧." 엄마는 노 총각 오빠가 듣지 않게 혼잣말을 했다. 내 귀에는 들렸다. 얼굴은 여드름이 많이 났던 청소년 때부터 무슨 신약을 만들었는지 이상한 크림을 만들어 얼굴이 발랐다. 신약에 비밀은 바셀린과 안티프라민이었다.  연구 기간이 길었다. 기이한 크림은 늘 시원하다며 만족해했고, 오빠가 장가간 이후에는 나 살기 바빠서 확인을 못해봤다. 오빠의 소중한 머리는 오빠가 결혼을 해서도 이어졌다. 경기도 부천에 살면서도 서대문 영천 산꼭대기 이발소를 더우나 추우나 충성하며 다녀갔다.


 큰언니는 서울서 살면서 이사를 자주 다녔다. 오로지 쌍문동 미장원을 주야장천 버스 타고 간다. 그놈의 머리들은 도대체 왜 이리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언니는 자기가 집에서 머리도 자르고 염색도 한다. 미장원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요즈음은 손주 염색까지 손을 댔다. 대단한 고집쟁이다. 나도 다를 바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20살 때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머리가 유행을 했다. " 똑같이 해주세요" 컷을 했으나 다이애나비는 되지 못했다. 그 이후 앞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조금만 자라도 눈을 찌르고 미장원 가는 것도 귀찮다. 이추 룩 자신의 가지고 있는 것을 고집스럽게 싸매고 가는 가정력이 형제들 모두 똑같다.


 일관성에 연속성을 추가한다. 놀랍도록 꾸준하게 오빠 머리처럼 흐트러지지 않게 인생을 살아간다. 언니들도 그렇다. 내가 지금껏 가정을 지키고 사는 것도 이 일관성과 연속성 때문이다. 수없는 이혼 생각과 밤새 초가집과 기와집을 사고팔며 요동치는 마음을 잠재운 것은 가정을 지키려는 일관성과 연속성 때문이었다. 결혼 초에는 이 일관성과 연속성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한여름 선풍기 없는 닭장 같았다. 몸에 밴 습관을 재활용도 아닌 소각장으로 보내고 싶었다. 나만 빼고 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다. 부모님께 원망도 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은 일관성과 연속성을 버리지도 못하고 강아지들에게 붙어있는 진드기처럼 내 몸에 붙어있다. 어쩌냐! 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2019년 12월 04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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