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인생이라서 남 주기는 아깝더라
TV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에서 그룹 '더 크로스' 멤버 권혁건 님이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자신의 히트곡 'Don, t Cry'을 불렀다. 17년 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판정을 받고 나니 사는 것이 지옥이었고, 휠체어만 탈 수 있으면 친구에게 강으로 밀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노래를 부른 후에 "우리가 이 노래를 다시 부르다니 너무나 감격스럽네요. 다시 행운을 맞이한 것은 포기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기적은 멀리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단조로우면 시시하다. 굽이굽이 굴곡지고 우여곡절이 많아야 긴장도 하면서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인 삶은 다르다. 영화처럼 위기와 반전 고비들을 맛보고 살라면 살아내겠는가.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꽃 길은 고사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이 세상 힘든 일이었다. 혹독하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치르며 살아야 했다. 작은 산을 숨이 넘어 갈듯 넘고 나면 다음 날 큰 산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못 넘을 것 같지만 하루 이틀 밤이 지나고 나면 헐떡거리던 호흡이 길게 쉬어졌다. 시간은 약이었다. 포기하고 싶어도 넘긴 산들이 너무 많아 버리기가 아까웠다. 자식들의 눈도 너무 빛났다. 포기하지 않으니 기적도 가까이에 있었다. 원한 맺히도록 아픈 인간관계도 우연히 풀 수 있었고 내 마음을 전달할 기회도 생겼다 마음에 품고 무덤까지 갈 것 같았던 속마음을 다 표현하고 살 수는 없다. 어떻게 풀어내며 살아야 할 것인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마음속 찌꺼기들은 쌓이면 버리기도 하고 못 버린 것들은 버리려 노력하고 기회를 본다. 살아온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오늘을 살아봐야 한다. 힘을 내서 그리고 감사하면서.
2020년 2월 16일 눈이 살살 날린다.
마음먹은 것이 있다면 하나씩 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