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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Feb 16. 2020

삶 12

만만치 않은 인생이라서 남 주기는 아깝더라


  TV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에서 그룹 '더 크로스' 멤버 권혁건 님이 휠체어를 타고 나와 자신의 히트곡 'Don, t Cry'을 불렀다. 17년 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판정을 받고 나니 사는 것이 지옥이었고 휠체어만 탈 수 있으면 친구에게 강으로 밀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노래를 부른 후에   "우리가 이 노래를 다시 부르다니 너무나 감격스럽네요. 다시 행운을 맞이한 것은 포기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기적은 멀리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단조로우면 시시하다. 굽이굽이 굴곡지고 우여곡절이 많아야 긴장도 하면서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내가 주인공인 삶은 달랐다. 영화처럼 위기와 반전 고비들을 맛보고 살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결혼 전 상상했던  꽃 길은 고사하고 살면 살수록  밋밋해도 좋으니  Smooth 하게만 살고 싶었다.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이 세상 제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살아보고 알았다. 혹독하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치렀다. 작은 산을  숨이 넘어 갈듯 넘고 나면  다음 날  큰 산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못 넘을 것 같아서 대책도 없이 이혼을 운운하는 남편에게 멋져 보이게 도장을  딱 찍어주고 싶었다. 하룻밤 자고 나니  헐떡거리던  호흡이 길게 쉬어지고 뒤를 돌아다보면 넘긴 산들이 너무 많아 버리기가 아까웠다. 포기하기에는 자식들의 눈도 너무 빛났다. 가보지 않은 지옥은 내 마음에 있었고 포기하지 않으니 기적도 가까이에 있었다. 원한 맺히도록 아픈 인간관계를 글로서 살풀이춤처럼 플어 내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에 품고 무덤까지 갈 것 같았던 속마음. 버티니 기회는 오더라.



2020년 2월 16일 눈이 살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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