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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Feb 17. 2020

나 17

나는 안 그럴 거야





 세월이 흘러도 무심코 던진 시댁 식구들의 말 한마디는 어찌 이리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대충은 잊었구나 하고 살다가도 기억을 자극하는 꼬다리가 하나 생기면 영락없이 건드려져서 선인장 가시처럼 가슴을 콕콕 찌른다. 나는 안 그럴 거야! 를 배가 부르도록 마음먹었다.


 가슴에 멍 덩어리는 품고 살아가야 하나 보다. 결혼과 함께 맺어진 시댁은 한 번도 살아보지 않고서 가족이 되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댁 식구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존재였다. 내 부모에게도 하지 않았던 복종을 눈치를 보면서 설설 겼다. 우습게 보여서였을까! 며느리는 그렇게 대해도 되던 시절이었을까!  형제들 중에 경제적으로 제일 힘들게 살아서였을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했던 시누이들을입장 바꾸어 생각해도 용서되지 않으니 야단 났다.



 

나는 안 그럴 거야!



 손주가 태어난 지  300일이 되었다. 나는 안 그럴 거야! 를 써먹어야 하는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며늘아기야  알면서 일부러 너를 향해 검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신념이고 철칙이다. 어느 날 마음에 상처가 들어오거든 너와 내가 달라서 생긴 일이니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시어머니 노릇이 처음이니 실수는 할 수 있겠지. 약속할 수 있는 건 못되게 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려고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거야. 갑자기 만난 너와 내가 선물 같은 존재였으면 한다. 우연이 아닌 인연이었을 거다.내리사랑을 할 수 있으니 좋구나. 도윤이 낳고 키우느라 애쓴다. 많이 예뻐.




2020년 2월 17일 장날. 겨울이 가기 싫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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