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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Feb 18. 2020

나 18

지극히 개인적인 63세 보고서

 






 1. 사과 반쪽처럼 줄어버린 활동력.

 2. 소화 기능은 떨어졌으나 식욕은 여전하다.

 3.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다.

 4. 냉장고를 열고 요리를 하려다 귀찮고

     힘들어서 다시 넣는다.

 5. 모든 전화 통화의 끝말은 건강 얘기이다.

 6. 사라질 것 같은 미련과 미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7. 친구나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 모두가

     손주 사진이 이해된다.

 8. 아들이 30대 눈높이로 들이대면 속으로

    "내 나이 되어보렴"하고 넘어간다.

 9. 욕심이 올라오면 투병하는 이들을 생각한다.

10. 물건을 살 때  실랑이하기가 싫어진다.

11. 나이 많으신 노인들에게

    "63세라면 뭐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게 된다

12. "나이를 먹으면 지갑을 열라" 노력해 본다.

13.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을 용기는 생겼지만

      흰머리가 썩 좋지는 않다.

14. 책을 읽으려다가 드라마를 본다.

15. 지하철 경로석에서 맡았던 냄새가 생각날 때

     향수를 뿌린다.

16. 언니가 외출 시 소변이 자주 마려울까 봐

      커피를 안 마신다는 말을 공감한다.

17. 딸아이 시집갈  내가 너무 늙어 보일까  

     걱정된다.

18. 좋아하는 목욕탕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

19. 젊어서도 젊다고 생각 못 했고 오늘이

     제일 젊다는 생각을 자꾸 잊는다.

20. 자식에게서 벗어나야 하는데

     손주가 플러스됐다.



         

   




2020년 2월 18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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