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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r 03. 2020

부부 6

남편의 중성화2

봄나물이 나온다.

삼겹살 몇 쪽 구워 머위와 삼동초에 쌈을 싸서 

갓 지은 찹쌀밥에 점심을 먹는다.

반찬이라고 할 것도 없고 

겨우내 먹었던 김과 김장김치는 

한동안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단출한 식구 단출한 반찬 내가 사는 모습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김 싸서 먹던 손 내려놓고 전화를  받으니 

예쁜 딸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빠 코로나 걸리면 안 돼. 알았지!" 

어젯밤 불현듯 걱정이 돼서 잠을 설쳤다며 

치 사랑을 해준다.

딸아이 의대를 다닌다.

2주 방학을 했는데 경북 쪽으로 움직이면 

자가 격리를 해야 해서 못 온다고. 

남편은 애틋했는지 눈이 뻘게지고 콧물을 훌쩍이며

식탁보를 얼굴 쪽으로 당긴다.

먹던 삼겹살 기름이 식어서 맛없어 보인다. 







남편도 갱년기가 오고 가고 한다. 

올드 팝송을 반복해서 들으며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짓궂은 치약 놀이 얘기를

귀에 딱지가 지도록 하고 또 하고

안 보던 드라마를 나란히 앉아서 본다.

감정 기복도 심해져서 나 저리 가라다. 


60이 지나면 인생은 

새로운 분기점에 다다르나 보다. 

거울 앞에서 고개 숙여 정수리 쪽 

머리숱을 확인하며 

안 보이던 자연이 아름답고, 

허위허위 달려온 자신이 안쓰럽다.


뒷집에 사는 아저씨는 중풍이 왔다. 

지팡이 땅땅 짚으며 걷는 소리가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한지 모르겠다.

육신은 늙어가나 마음은 

오히려 봄나물처럼 신선하다.

문득문득 서늘해지는 죽음에 대한 자각이

느껴지지만 말이다.



먹던 점심상 치우고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 건넨다.

당신도 마음은 청춘이겠지! 

얼굴은 변하지만 

마음 결은 소년과 소녀로 살아가기를.




2020년 3월 3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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