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배 녀석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마음이 다급해졌는지 닥치는 대로 선을 봤다. 인연이란 것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가 의심의 눈초리로 수개월을 지켜봤는데 세 자릿수의 시도 끝에 결국 해냈다. 코로나 사태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하나같이 울상인데 이 친구는 결혼만 하면 되지 하객 좀 없는 게 무슨 대수냐며 홀로 싱글벙글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내 사람인지 오히려 헷갈리지 않니?"
대학생 때 처음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한 나로서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친구는 궁금해하는 내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형은 23살에 결혼했잖아요, 나는 39살에 결혼을 하는 거예요. 그거예요!"
그거가 뭐지? 나이가 들면 사람 보는 안목이 생겨서 딱 보이나?
"백화점에 걸려있는 수백수천 벌의 셔츠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해요. 우선 취향에 맞는 걸 추려서 열 벌이 됐어요. 그중에 또 고르고 골라 다섯 벌, 이걸 또 추려서 두 벌로 압축했어요. 그 두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어서 둘 다 사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반드시 하나만 사야 해 그러니 얼마나 미칠 지경이겠어요. 그게 형이에요."
"음.. 그럼 너는 뭔데?"
"나는 아울렛이죠. 그것도 저기 시골에 있는 창고형 아웃렛. 이건 색이 요란하고, 저건 디자인이 올드하고, 괜찮다 싶어 입어보면 너무 안 어울려, 마침내 이거다 싶은걸 발견하면 사이즈가 없대. 내가 보기에 좋은 건 남들 눈에도 좋은 거지. 예쁜 건 죄다 사이즈가 없어. 그러다 너무너무 마음에 쏙 드는 셔츠를 발견해서 점원에게 물어보는 거지, 105 사이즈가 혹시 있는지, 없다고 하면 어쩌나 막 두근두근 하는 거야. 이러다 결국 셔츠를 못 찾아서 헐벗은 채로 늙어 죽는 건가 싶고. 이미 너무 많이 실패해서 울먹울먹 하고 있는데 점원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마지막 남은 한벌이라며 셔츠를 가져왔어요. 그럼 형은 사 안 사?"
"아.. 그런 거구나!"
"무조건 사는 거지, 그 앞에서 '가만있어보자.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멍충이가 어디 있겠어요?"
아. 내가 멍충이 같은 질문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