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난가 병

by 바보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으면 나 코로나인가?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코로난가? 인터넷과 티브이는 온통 코로나 관련 뉴스이고 모였다 하면 화제는 코로나다. 만인을 경계하고 특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좀 더 경계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옷깃으로 누르는 게 습관이 되었다. 퇴근 후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시시 때때 긴장하고 염려한다. 일상은 진작에 무너졌고 소소한 기쁨들이 불안증에 잠식되었다.


산성비라는 말이 일상에서 쓰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비 맞으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참 좋은 시절이었음을 알았다. 미세먼지라는 말이 뉴스에 처음 등장했을 때 공기의 소중함을 처음 깨달았다. 이제 다 빼앗겨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이 남아있었다. 늘 그렇듯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내가 코로나인지 타인이 코로나인지, 타인을 경계하며 동시에 나를 경계하는 타인을 의식하는 '코로난가 병'이 만든 마음의 거리가 일상을 앗아갔다. 출근 전 사우나에 들러 처음 만난 사람들과 오래된 친구처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퇴근 후에는 북적북적한 단골 호프집에서 하루를 씻어내던 일상이 사라졌다.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전쟁에 패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도 있으니.'

일상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사람과 만나고 웃고 떠들고 지지고 볶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출근 전 사우나, 퇴근 후 호프집, 주말 영화관 나들이로 대표되는 소박했던 나의 일상이 실은 얼마나 굉장한 일상이었던지 새삼 깨닫는다.


덧붙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익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한층 고취된 위생관념! 화장실 다녀오면 손 좀 씻으라는 잔소리를 수십 년을 들었음에도 고치지 못하던 것을 단번에 고쳤다. 그리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다 보니 내 입냄새가 그렇게나 지독한지 처음 알게 되어 하루 세 번 양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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