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씨앗의 지상 사명은 오로지 하나, 짓누르는 흙의 무게를 이겨내고 생명을 피워내는 것이다.
이처럼 젊은이들은 이 땅에 떨어져 이루어야 할 단 하나의 사명이 사랑인 듯 열심히 사랑을 한다. 나 혼자만의 짝사랑도 열심히 하고, 사랑이 서툴러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열심히 사랑한다.
나이가 들면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 그중 하나가 사랑에 대한 열정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랬나 싶고, 이상한 짓 참 많이 했다 싶다. '올챙이 적' 기억을 더 많이 잃어버린 이들은 자신은 사랑에 목맨 적이 없다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었을 뿐, 한때 우리는 사랑에 울고 웃었다.
사장님도 어려워하는 나를 인턴직원들은 이상하게도 편하게 생각해서 인생 상담을 많이 하는데, 가장 빈번하면서도 어려운 상담이 연애 상담이다. 회사생활에 관련한 고민이야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이럴 때 보면 인생사가 참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내가 했던 고민을 마치 '복붙' 한 것처럼 똑 같이 하고 있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런데 사랑은 참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인생을 걸고 한판 떠야 하는 '배틀필드'는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퇴물이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연애세포가 죽고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상담은 너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 한 포기라도 잡아보려는 청년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난 잘 몰라, 다른 데 가서 알아봐'라는 속 편한 대답을 줄 수도 없고, 해서 내가 택한 방법은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연애 레벨에 따라 추천하는 영화가 다른데, 우선 왕초보에게는 '봄날은 간다'를 추천한다. 본인이 왜 괴로운지 감도 오지 않는 친구들에게 동병상련의 위로와 연애 '배틀필드'의 전체적인 맵의 윤곽을 제공한다.
왕초보는 아니지만 여전히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는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추천하는데, 이 영화는 사랑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의 온도차가 결국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함을 일깨운다.
연애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나름의 스킬도 갖춘 중급 친구들에게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추천한다. 남녀 주인공의 대사를 마음으로 들을 수 있으려면 최소 중급 이상의 레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이 인생을 걸고 한판 떠야 하는 '배틀필드'라는 프레임에서 탈피해서 삶의 의미를 완성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한다.
무슨 궤변이냐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는 연애세포가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사라진 연애 고X다. 내가 사랑을 잘 알면 자신 있게 연애상담을 했겠지...